꿈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특별한 배경은 없었습니다.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어딘가 익숙한 공간이었고, 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당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꿈속에서는 이상하게도 놀라지 않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사람처럼,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존재처럼 받아들이게 됩니다. 당신이 먼저 말을 건넸고 저는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공기의 감촉만은 분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따뜻했고, 조용했고, 이상하리만큼 평온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안도였습니다. 잠시라도 다시 마주했다는 사실이 위로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곧 현실이 따라왔습니다. 방 안은 고요했고, 당신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꿈속의 대화는 연기처럼 흩어졌고 손에 남은 것은 공허뿐이었습니다.
꿈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듯합니다. 당신이 떠난 이후의 공백도, 힘겨웠던 장면도, 마지막으로 얼굴을 마주했던 순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예전의 자리에서 예전의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만남은 달콤하면서도 잔인합니다. 현실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그 안에서는 멈춰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끔 일부러 잠들기를 기다립니다. 혹시 또 당신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머리로는 압니다. 꿈은 결국 제 기억이 만들어낸 장면이라는 사실을요. 그럼에도 그 안에서 당신을 마주하는 순간만큼은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눈빛도, 말투도, 걸음걸이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꿈속의 당신은 늘 건강합니다. 지친 기색도, 아픈 흔적도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놓입니다. 적어도 그 공간에서는 당신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눈을 뜬 뒤의 허전함은 제 몫으로 남습니다.
어느 날은 꿈속에서 제가 울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말없이 제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손을 잡아 주었는지, 등을 토닥여 주었는지는 기억이 흐릿합니다. 다만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현실의 무게가 잠시 옅어졌습니다.
꿈은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왜 지금 나타났는지, 왜 그런 장면이 펼쳐졌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다만 만나게 해 줍니다. 그 짧은 재회를 통해 저는 다시 당신을 떠올리고, 다시 한 번 상실의 시간을 확인합니다.
어쩌면 꿈은 이별 이후에 남겨진 또 하나의 통로일지도 모릅니다. 완전히 닿을 수는 없지만 잠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길입니다. 예측할 수 없고 붙잡을 수도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제는 꿈의 내용을 세세하게 붙들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때의 감정을 오래 간직하려 합니다. 평온했던 공기와 조용히 마주하던 시선, 말없이 곁에 있던 당신의 모습. 그 느낌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현실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꿈속에서의 만남까지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비록 잠깐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눈을 뜨면 사라지지만,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 밤에도 저는 불을 끄고 눈을 감을 것입니다. 당신이 다시 나타날지 아닐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작은 기대를 품은 채 잠에 들 것입니다. 꿈에서 만나는 당신은 말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저는 여전히 당신을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