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꿈에서 그대를 만나요.
몇 해 전 헤어진 남자친구의 꿈을 꾼다. 헤어진 지 얼마 지난 후부터 몇 해 동안 꾸준히 꿈을 꾼다. 자주 꾸는 시기는 거의 매일, 간헐적으로 규칙 없이 꾸는데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꾼다고 본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계속 꿈을 꿀까?"
굉장히 좋아했다. 사랑했다. 마치 일생을 사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만큼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해도 계속 꿈을 꾸는 건 이상하다. 꿈을 꿀 때마다 진하게 감정을 쏟아 붓는 날이 허다해서 힘이 든다.
꿈의 내용은 어느 정도 일관적인 면이 있다. 두 사람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쌍둥이, 형제, 친구, 전 남자친구와 현재 남자친구 등으로 나온다. 초반에는 내가 그에게 느끼는 이미지대로 나왔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나의 심리상태를 반영한다.
프로이트는 아니지만, 내 짐작으로 나는 지난 사랑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그와 만나면서 바람을 피웠느냐? 아니다. 그에게 소홀했는가? 아니다. 그에게 거짓이었나? 아니다. 전혀 아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아마 일생에 의식과 무의식에서 깊숙이 자리 잡아 살아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책임지지 못 했다. 그의 옆에서 함께하지 못하고 떠났다. 그 남자만 바라보고 살며, 그 남자와 혼인하고, 그 남자의 아이를 낳고, 그 남자와 늙어가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그의 곁에 온전히 있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꿈을 꾼다.
나에게 사랑이란?"
사람들이 말하는 소울메이트가 있다면, 왜 이렇게 빨리 찾아와서 빨리 끝났을까, 아쉽다.
대개 사랑의 영속성을 믿는다. 어떤 이는, 대상이 바뀌어도 사랑은 영원하다고 믿는다. 어떤 이는, 사랑은 단 하나라고 믿는다. 어떤 이는, 사랑은 변한다고 믿는다. 사랑에 대한 믿음은 다양하지만, 결국 사랑은 계속된다.
나는 아직 모르겠다. 영혼이 흔들리고, 마음이 처참히 부서져 가루가 되고, 마음의 잿가루에서 생명의 빛이 다시금 비취는 그런 사랑을 또다시 할 수 있을까?
그를 살리고, 좋은 것을 주고, 느끼게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사랑 속 믿음과 사랑의 약속을 지켜나갈 책임감이 나에겐 너무 컸나 보다. 어쩌면 지난 사랑을 책임지지 못 했다는 죄책감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오만이 아닐까? 오늘도, 아마 내일도 지난 사랑에 대한 죄책감은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