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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사라 Jun 07. 2023

중년, 노년. 그들도 사람이다.

유언장 번외

나는 청년이다. 청년이 중년, 노년에 대해 말하자니 그리 설득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도 언젠가 청년을 지나 중년이 될 거고, 노년을 살 거다. 그래서 앞으로 닥칠 시기에 대해 나는 생각해 보고 싶은 거다.


우선, 이따금 사람들과 '노인과 섹스'에 대한 대화 주제가 나오면 많은 이들이 "노인이 무슨 섹스를 해?", "노인이나 되서 왜 그래?"라는 반응이 많았다.


노인의 성생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늙으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노쇠해서 성생활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성생활을 하는 노인은 망측하다고 여기는 거다.


젊잖음의 기준이 NO섹스 같은 거다...


그런데 노인도 사람이다. 늙어서 신체적인 힘겨움이 있을 수 있다. 많이 겪어봐서 열정이 없을 수도 있다. 그저 상대적 에너지가 적을 수 있는 거뿐이다. 그또한 사람마다 다르다. 노년에도 왕성한 성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사랑을 깨달은 사람도 있을 거다.


노인도 연애하고, 섹스한다. 아브라함과 사라는 110세와 100세에 이삭을 낳았다. 하물며 현대사회에서는 비아그라나 윤활제 등 성생활의 어려움을 보충해주는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노인의 삶을 무시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노년에 감정도, 움직임도 없는 존재로 산송장같은 삶을 살 것이냐"고.


겨우 서른해 살아 온 나도 아직 내가 애새끼 같다. 노년이 된다고 해서 내가 성인군자가 되거나 인간의 탈을 쓰고 사는, 본능과 감정이 거세된 존재로 살진 않을 거다.


노인도 사람이다. 우리도 노년의 길을 갈 것이다. 우리는 조금 연약해질지언정 언제나 창의적인 존재로 존재할 것이다.



두 번째로 말하고 싶었던 주제는 중년에 대하여.


중년을 생각하면 나는 #고독 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 고독은 노년까지도 연결된다. 중년에 고독한 사람은 노년에도 고독하거나, 노년 자체를 맞이하지 않고 사라진다. 굉장히 슬픈 부분이다.


뜨거운 낮 3시가 지나면 서서히 기온이 사그라들면서 추워진다. 그리고 하늘 높이 뜨겁게 빛나던 태양도 저 땅 너머로 저물어간다. 이게 저녁이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다. 따뜻했던 환경이 서서히 식어서 춥다고 느껴지는 시점. 영광이 저물고 어두움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 너무나도 처절하게 그 영광의 빛이 석양으로 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기까지 한다.


청년 때는, 열심히 배웠다. 열심히 쌓았고, 열심히 성숙의 계단을 올라갔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마치 멈춘 거처럼 너무나도 느리게 진행된다. 친구 사이도, 가족과 연인 사이도 멈춰있는 거 같다. 특히 사회에서는 더는 진급하거나 위로 올라갈 수 없는 한계에 닿았다. 멈춰서 할 수 있는 건 그저 땅 너머로 꺼져가는 나의 영광을 바라보는 거뿐. 잔인한 상황이다.


열심히 한 만큼, 구석구석 빈 곳도 생겼다. 열심히 일 했지만, 친했던 동료와 멀어졌고, 열심히 돈 벌어 자녀들을 성장시켰지만, 그들과 대화를 못했다. 열심히 사랑했지만, 이혼했고 자녀들 마저 헤어진 배우자를 따라갔다. 


삶이 서서히 정체되고 스산한데, 본인이 쌓아 온 많은 좋은 것들보다 챙기지 못한 사연들이 휩쌓이며 고독하다고 느낀다.


더는 열심히 할 필요도 없다. 진급의 기회는 이제 없고, 퇴직을 바라 볼 뿐. 열심히 공부하면서 학위를 따는 성취도 없으며, 바다에 지는 노을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함께 여행 갈 친구도 없다.


그래서 고독하다. 정체되고 스산한 중년. 나도 곧 중년이 된다. 그런데 인생의 선배들처럼 고독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내 영광이 아름다운 노을이 되었음에 감사하고 싶다. 내가 버텨 온 것들에서 벗어나 여유를 발견하고 싶다. 내가 얻은 것들을 취하듯, 내가 얻지 못한 것을 혹은 잃은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싶다. 그리고 잃은 것들에 대해 안녕을 기원하고 싶다.


나도 청년을 지나 중년, 그리고 노년을 맞이할 거다. 당신도 그러하다. 당신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 그렇다면 다른 중년도, 노년도 모두 생생하게 살아갈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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