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기는 것, 속이는 것, 거짓말하는 것.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흔히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면,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선의의 반대인 악의의 거짓말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양분화된 가치에 익숙해져 거짓말 또한 흑백논리로 나눈다. 우스운 것은 거짓말 자체는 나쁜 것으로 분류하면서 말이다.
선·악의 거짓말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반드시 흑백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뚜렷한 극極색色을 띄지 않는 거짓말이 오히려 흔할 수 있다. 우리가 악의 없이 하는 거짓말을 모두 선의라고 표현하기에는 억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비단, 자신의 잘못이 알려지면 제3의 인물도 곤란을 겪는다고 판단해 거짓말을 한다면 정녕, 순수한 선의라고 볼 수 있을까?
잘못한 친구를 감싸주기 위해 자신이 잘못이라 거짓 증언할 때, 재고해보면 진실이 밝혀질 확률이 높다. 순간의 의리로 선택한 거짓말이라고 해서 예측 가까운 일을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순수한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할 때, 종종 스스로 위안 삼으려는 선택일 때가 많다. 모든 거짓말을 옳고, 그른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주관적으로 제일 나은 선택을 하는 것뿐이다.
숨기는 것, 속이는 것, 거짓말하는 것.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 나는 처음에 거짓말할 의도는 없었다. 숨기고 싶었을 뿐이다. 숨기다 보니 속이게 되고 거짓말하게 됐다. 그리고 거짓말을 숨기기 위해 속이고,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계속되는 거짓말에 ‘거짓말 블록’은 사방으로 쌓였다.
내 일상 속에 거짓말 블록이 콘크리트 벽처럼 쌓여 있다. 상처 주지 않으려고, 상처받지 않으려고, 곤란하지 않으려고, 잃지 않으려고, 판단 당하지 않으려고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말을 단단하게 만들어 왔다.
단단하게 쌓인 거짓말은 어마어마해질 수 있지만, 어마어마하게 극단적인 이유로 거짓말을 시작하는 경우는 오히려 드물다.
때때로 진실은 부담스럽다.”
실직했다고 말하는 게 창피해서 미룬다. 헤어졌노라 말하기 불편해서 아닌 척한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구태여 말할 필요 없어서. 혹은 사랑한다고 말하면 복잡해지기에 숨긴다. 2주 전에는 두통, 어제는 생리통으로 오늘도 아프지만 다른 이유를 댄다. 때때로 남자사람과 있다고 하면 성적으로 판단 당할까 봐 여자사람과 있는 척 거짓말한다. 모두 구구절절 설명하기 불편해서 거짓말했다. 진실이 거짓보다 더 무겁다는 걸 알기에 가벼워지고 싶었다.
난 거짓말쟁이다. 내 곁에 거짓말 블록이 가득 쌓여서 이제 불편할 정도다. 블록을 하나씩 떼어내고 싶다.
앞이,
옆이,
뒤가 제대로 보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