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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Oct 28. 2021

2021년 10월 28일 목요일

나는 태몽이 흔히들 말하는 '아들'이라는 이유로 운좋게 태어났지만, 낳고 보니 딸이라 모두의 기대를 태어날 때부터 모조리 망가뜨린 존재.

그런 시작이 평온할 리 없고, 그 속에서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자라나는데...

알고 있다. 나는 나밖에 모르는 몹시도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곁에 있어 주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간도 쓸개도 내줄 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들의 기쁨도 슬픔도 공감할 수가 없어

스스로가 소시오패스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한 시간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가, 두부가 오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애정'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길에서 주운 모르는 고양이를 이토록 사랑하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이제는 내가 애정하는,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는 이런 나를 지켜주는 친구들뿐만 아니라 스쳐 지나간 인연들, 친구의 친구, 지인의 지인, 처럼 예전이라면 완벽한 타인이라고 생각했을 이들의 어떤 좋은 일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의 소중한 친구는 20년을 내 곁에 친구로 머물러주고서야 이제야 겨우 친구의 성공을, 잘됨을 진심으로 기뻐해 줄 친구를 얻었다.

그 아이는 내가 그렇지 않다해도 여전히 친구로 남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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