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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Jun 14. 2022

2022년 6월 14일 화요일

나는 너무 많은 소리들이 너무 크게 들리고,

너무 많은 냄새들이 속속들이 느껴지고,


타인의 온기나 습기나 피부, 같은 것들은 최대한 알고 싶지 않은, 특별히 나쁜 사람이 아니라 그냥 모든 감각들이 최대치로 느껴지는 사람. 그래서 괴로운 사람.


창을 열어둔 집에서 사랑하는 고양이의 보드라운 털과 창밖에서 들리는 자연스러운 소음들.


겨울에는 조금 춥고, 여름에는 다소 더운, 보통의 온도를 사랑하는 사람.


다른 사람들이 싫은 게 아니라 다만 내가 그걸 견딜 수 없는 사람일 뿐인 걸 표면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냥 나는 나쁜 사람. 그래서 나쁘지 않은 다수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이런 나를, 나쁜 게 아니라 조금 다를 뿐이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아주 어릴 때부터 있었다면 나는 조금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나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떤 형태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이렇게 태어나 이렇게 받아들여지고 결국은 많은 시간을 혼자 버틸 수 밖에 없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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