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의 생각없는 생각

by 백현진

RYO♡

책을 읽는 내내 뭔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굳이 말하자면 애틋한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결코 설명하기 어려운 그런 묘한 감정을 떨칠 수가 없었는데요.

처음에는 이미 읽었던 글들을 다른 수단-손에 잡을 수 있는 종이의 형태-으로 접하는 데서 오는 감정인가, 아니면 단지 글을 쓴 대상을 향한 나의 기본적인 애정 때문인가 생각했는데 떠올랐어요. 아주 오래 잊고 있던 cmkm가.

아마도 정신-정신과 영수증. 영혼을 다해 사랑했던 책-의 글이 궁금해 그 책을 샀을 텐데 홍진경 씨와 장윤주 씨의 글이 좋았다는 인상입니다. 그 책을 읽으며 가 본 적 없는 파리를 그리워하고 누군가가 좋아하는 칵테일을 물으면 마셔본 적도 없는 마티니를 들 정도로 푹. 아주 푹 빠졌어요. 아마 어렸기 때문이겠죠. 모든 감정이 새롭고 신선하고 큰 파장으로 느껴지던 때.

이제는 좋은 걸 봐도 흐음- 정도의 감정인, 더 이상 새롭거나 신선한 것 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는데요. 료의 책을 읽으며 까맣게 잊고 있던-있었던 줄도 몰랐던-그 기분을 다시 떠올렸어요. 그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신기하고 다소 당황스럽기도 한 기분이었는데요. 최근 들어 이 정도로 감정을 동요시키는 글을 만난 적 없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알았어요. 이 책이 이 글이, 그때 나의 영혼을 뿌리까지 뒤흔들었던 정신과 영수증, 그리고 cmkm처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지를요. 어쩌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고 단념하고 있던, 어딘가에 흘려버린 영혼의-마음의 생각의 감정의-빈자리, 거기에 꼭 맞는 퍼즐 조각 같은 문장을 손에 쥐고 나타난 료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최근 들어 아주 선명하게 느끼고 있는 건, 무얼 하든-빵을 굽든 벽돌을 쌓든 글을 쓰든 사진을 찍든-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그 사람이 건네는 건 똑같다는 거예요. 상처를 주는 사람은 무얼 하든 결국 상처를 만들고, 다정한 사람은 결국 다정함을 건네게 되는. 그리고 이건 거슬러 올라가서 결국 그 사람의 심지와 맞닿아있다고요.

무언가를 시작하고, 그게 잘 되고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를 또 시작하고, 그것도 잘 되고 이런 것들이 어떤 기술이나 법칙 같은 게 아니라 결국 마음, 그 사람의 한가운데 꼿꼿하게 서 있는 심지에서 오는 것이라 결국 무얼 하느냐는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 결과는 같을 테니까요. 이런 방식으로 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요즘입니다. 여행지에서, 침대에 누워 뒹굴며 옆에 있는 도넛 봉투를 달라고 했을 때 전기 포트를 꽂아 물을 끓이고, 그날 빈티지 샵에서 산 커피잔과 소서를 씻어 도넛을 담고 뜨거운 커피를 끓여 내게 건넨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요. 그건 살면서 내가 겪어보지 못한 종류의 친절이었고 결코 경험한 적 없는 -좋은 방향의- 충격이었어요.

그때 료가 정갈하게 건네준 도넛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랍 속에는 까만 고양이 인형 동전 지갑이 여전히 들어있어요. 그런 식으로 건네받았던-그때는 따뜻함인지도 잘 몰랐던-다정함들로 나는 그때보다는 조금 앞으로 나아간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문장으로 모두에게 건네고 있네요, 료의 방식으로. 료의 사랑을.



2025년 7월 3일 시작되는, 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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