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기운이 있어 저녁을 든든히 챙겨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중간에 밥 달라고 깨우는 고양이 덕에 일어나 잠 속에서 밥을 한번 채워주고 고양이가 토하는 소리에 다시 한 번 잠결에 일어나 눈을 감은 채 치우고, 미국으로 여행을 가 빈티지 샵에서 쇼핑하는 꿈을 꾸다 깨어나 보니 밖에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어제 잔뜩 먹고 전기장판 최대 온도로 열 시간을 자고 일어나 퉁퉁 부은 얼굴로 차를 우려 빵과 버터와 사과를 먹고 있다. 얼마 전 본 면접에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고 부산에 사는 친구가 지금 서울에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마침 오늘 일하러 가는 동네에 있다고 해, 같이 커피는 못 마시더라도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씻지도 않고 외투를 걸친 채 집을 나서 본다. 펑펑 내리는 눈 속을 걸어 택배를 하나 보내고 지하철에 올라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이제 지하철을 타러 간다기에 지하철에서 잠깐 보기로 하고 10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발을 동동 구르며 지하철에 앉아 있다. 볼 때마다 오랜만인 얼굴이 여전히 반갑고 아직도 내게는 고등학생 아기 같은데 우리 모두 다 성큼 자란 지 오래다. 기념사진만 찍고 또 금방 헤어져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눈으로 뒤덮인 골목을 걸어 사무실로 향하는 길, 장갑을 자꾸 벗어야 하지만 그래도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눈이 모든 소리를 껴안은 듯 희고 고요한 사무실에 혼자 앉아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풍경을 보고 있다. 아직도 여전히 잠 속에 있는 듯하고 일련의 일들이 모두 꿈처럼 느껴진다. 예상치 못한 생일 선물은 벌써 도착해 집 앞에 놓여있다고 한다. 집 앞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과가 놓여있을 것이고, 얼마 전 만났을 때 요즘 그릭 요거트를 너무 많이 먹고 있다고 했더니 적당히 먹으라던 친구가 보낸 그릭 요거트 상품권이 휴대폰에 도착해 있다. 많은 걸 보지만 모두 흘려버리고 마는 나와, 조용히 골똘히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보는 친구들을 생각해 본다. 그것은 여전히 고요하고 흰 풍경이다, 그리고 따뜻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