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에 그려진 고양이는 그녀의 고양이다. 한 마리, 두 마리, 여러 마리, 그저 평범한 보통의 날들을 가벼운 터치로 그린 그림들. 그중 몇몇은 보기만 해도 그냥 눈물이 났다. 그 고양이들이 모두 그녀 곁에 머물렀으나 지금은 모두 떠나버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긴 시간 늘 고양이로 북적이던 그녀의 집에 점차 고양이들이 줄어들고 마침내 단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게 된 것도 어느덧 일 년쯤 되었을까. 내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언젠가-머지않은 미래에- 내게도 그녀와 비슷한 마침표가 찍히게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때 나는 그녀처럼 어른스럽고도 평범하게 일상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 혼자 멀리, 한 번도 가보고 싶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파리 같은 곳에 있는 나를 떠올린다. 그냥 골목 카페테라스에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하염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고양이가 사라진 내 집이 너무나 두려워서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도망쳐있는 나를. 지금 따끈따끈한 채로 내 옆에서 고양이가 곤히 잠들어있는데도 내게는 폰을 끄고 발 닿는 대로 아무렇게나 걷다가 아무 데나 들어가 물끄러미 무언가를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다 숙소로 돌아가 내 머리카락을 밟으며 내 턱을 긁으며 나를 깨우는 고양이가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 미래의 내가 보인다. 나를 울게 한 모든 것을 사랑하지는 않았으나 내가 사랑한 모든 것은 반드시 나를 울게 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