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이미 많이 했고, 많이 하느라 통장 빈털터리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사고 싶은 게, 필요한 게 많아—그치만 사실이다. 옷 한번 사면 5년 10년 기본으로 입느라 다 낡고 찢어지고 (옷을 찢어질 때까지 입나요?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제 옷장을 통째로 버리고 필요한 걸 하나부터 열까지 다시 사야 할 때다. 괜히 은행 앱을 열어 이리저리 통장을 쪼개본다. 하지만 통장을 쪼갠다고 없던 돈이 생기진 않지. 괜히 버튼 눌러 10원 받기 같은 사이버 폐지 몇 개 줍다가 앱을 끈다.
특별히 어질러져 있지도 않은데 —정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집은 좁고 짐은 점점 쌓이기만 해 숨이 막히는 방을 보며 모든 걸 말끔히 정리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살아있는 한 ‘말끔히 정돈된’ 상태라는 게 존재할까? 말끔히 정돈되는 건 아마도 죽음 이후—에도 불가능할지도—일 거라 생각하며 모든 걸 대형 쓰레기봉투에 쓸어 담고 싶은 충동을 잠재운다. 와중에 부지런히 자신의 작은 공간을 끊임없이 어지르고 있는 고양이를 본다. 여기저기 물고 늘어놓은 쥐돌이들. 인형들. 털 뭉치와 모래 먼지들. 나를 기쁘게 하는 증거들.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작고 복잡한 집에서 우리는
생의 공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