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픽업으로 주문했던 가방이 도착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학교 앞 매장으로 픽업 신청을 했을 텐데 내 예상보다 늦어져 가방은 광화문에 도착해 있었다. 오늘은 수업을 마치고 자수를 하러 안국에 가기 때문에 시간도 거리도 애매해졌다. 내일이 쉬는 날이라 내일 픽업 나와 서점도 가고 산책도 하면 좋을 텐데 재택근무가 밀려 있다. 언제 어느 시간을 짚어도 늘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다.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건지 잘 모르겠다. 푼돈을 벌기 위해 이렇게까지 끊임없이 일해야 하다니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그 푼돈조차 벌 수 없기 때문에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당장 가방을 수령하고 싶다. 집에 가방이 차고 넘쳐 나 지금 당장 새 가방이 필요한 게 아닌데도 그렇다. 길 찾기로 이리저리 경로를 살펴보아도 말끔히 떨어지는 방향이 없어, 결국 버스에서 지하철, 3호선에서 5호선으로 환승해 가방을 수령하고 당연하게도 또 길을 잃으며 겨우 찾은 마을버스 정류장을 거쳐 마을버스로 환승해 사무실로 향했다. 늘 급하지도 않은 일을 당장 해결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모든 일들을 앞당겨 처리해 버리며 인생을 1.5 배속쯤으로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럼 나는 1.5 배 빠르게 늙고 1.5 배 빠르게 죽게 되는 걸까? 1.5 배쯤 피곤하다는 것은 잘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