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4일 목요일

by 백현진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다가,
혹은 테이블에 앉아 무언가 끄적이다 고개를 들었을 때 우연히
소리도 없이 눈이 쌓인 창밖 풍경을 마주하는 일이 유독 많은 이번 겨울이다.
이번 겨울은 가만히 쌓인 눈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눈이 많이 쌓였네, 걱정하다가
그러고 보니 오늘 팩스를 보내달라고 했는데 요즘은 대체 어디서 팩스를 보낼 수 있는 걸까 걱정하다가
또 그러고 보니 우리 집 뒤에는 중학교가 있는데 이 근처에는 문방구가 단 하나도 없다.
요즘 아이들은 준비물을 어디서 사는 걸까, 걱정하다가.
다행히도 팩스는 요즘 모바일로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 인간인 나는 세모눈을 뜨고 못 미더운 마음으로 팩스를 보냈는데 너무나 간단히 단숨에 상대방에게 가닿아, 그야말로 2021년이구나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 옆에서 고양이 한 마리는, 어디선가 찾아낸 와인 뚜껑으로 공놀이를 하고
다른 한 마리는 분홍 발바닥을 내보이며 어슬렁 걸어 침대 위 내 베개에 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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