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25일 목요일
그다지 춥지도 않은 날씨였는데, 해가 전혀 나지 않아 차가운 물 속에 잠긴 기분이었다
무언가 따뜻한, 볕이 쨍쨍한 풍경을 떠올리려 하니
9월 말이라 긴 팔 원피스를 입고 나섰는데 한여름 폭염 같았던 그날이 떠올랐다.
버스에서 내리자 그늘 한 점 없는 시골길이 펼쳐졌고, 풍경이랄 것도 없는 그저 넓은 밭 옆으로 난 길을 끝없이 걷기만 했다.
날씨는 눈을 뜨기도 힘들 정도로 강렬하게 내리쬐는, 여름의 한가운데 같았다.
지도를 볼 필요도 없었다. 향하는 길은 오직 하나뿐, 그저 걷기만 하면 언젠가는 당도하게 될 터였다.
그 넓은 시골길에 사람은 나, 그리고 나보다 한참 앞서 노부부가 걷고 있었다.
초행길인 데다 너무 멀리까지 왔고, 검은 긴 팔 원피스와 검은 스타킹 차림으로 견디기 어려운 날씨에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노부부가 이곳을 방문한 건 조금 슬픈 이유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했던 게 떠올랐다.
얼마나 오래 걸었을까, 특별히 풍경이 변하지 않아도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기 어렵지 않았다.
향냄새가 풍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런 견디기 힘든 더위를 떠올려보아도 어느 건물 앞에 앉아있는 내 몸은 여전히 차가운 채다.
*사진은 오늘의 일기 쓰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