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일 월요일
2월 내내 정신없이 바빠 책상 위를 점령했던 서류와 자료와 콘티와 A4용지의 산을 드디어 정리했고, 그러고 보니 이제는 책상 위에 놓인 펜과 노트와 메모지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렇게 큰 책상을 산 건, 작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작업은커녕 어지르는 용도로만 쓰이고 있다.
책상이 거슬리기 시작하니 아무렇게나 책을 쌓아둔 책장도, 집안 곳곳에 흩어져있는 그림들도
찾다 찾다 결국 찾지 못한 미도리 가죽 커버와 새로 사서 뜯어보지도 못한 채 행방이 묘연한 노트 속지까지 신경 쓰인다.
계속 집에서 집만 보다 보니 어쩐지 자주 넌더리가 나고, 집을 통째로 버리고 내 몸 하나와 고양이 두 마리만 안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침대와 노트북만 놓인 방에서 모든 걸 새로 시작하고 싶다.
그렇지만 이미 버리지도 못하는 스케치북들만 해도 수십 권이다.
이 작은 인간 한 명에게 너무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든다.
*오늘의 일기 쓰는 풍경은 발을 뽁 내민 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