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언*의 뒤에 접미사*를 결합하여 그 품사를 바꾸는 일을 ‘꼴바꿈’이라고 한다. 꼴바꿈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접미사에는 ‘-답-’, ‘-스럽-’ 등이 있는데, 이번 주제인 ‘-다움’은 바로 접미사 ‘-답-’의 명사형이다.
“도대체 나다운 게 뭔데!”
인기 드라마나 웹툰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대사다. 주로 주인공이 ‘흑화(黑化)’할 때 자신을 끔찍하게 생각하는 츤데레*형 찐친(또는 연인)에게 날리는 대사로, 여기에도 ‘-답-’이 들어가 있다. 바로 ‘나다운’이다.
이번 주 글쓰기 모임에서, 주제인 ‘-다움’이란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것은 ‘나답다’였다. 저 오글거리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도대체 나다운 게 뭔’지 이리 고민하고, 저리 고민하는 동안에 문득 내 꼴이 우습단 생각이 들었다. 원래 대명사인 ‘나’를 형용사 ‘나답다’로 바꾸어 주는 것이 ‘-답-’이다. 굳이 가만히 잘 있는 ‘나’의 꼴(품사)을 바꿔서 ‘나’답게 만들어 주는 말이 접미사 ‘-답-’이란 말이다. ‘나’는 처음부터 ‘나’인데, 무슨 다른 말을 붙여 바꿀 필요가 있나? ‘나’는 그냥 ‘나’다.
이런저런 미사여구와, 수식어들로 ‘나’다움을 찾을 필요가 있을까. 그저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다움, 나다운 것, 나답게 사는 것. 오늘 하루, 나로서 충실히 살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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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언(體言): 문장에서 조사와 결합하여 주어, 목적어, 보어 등으로 쓰이는 단어. 명사(名詞), 대명사(代名詞), 수사(數詞)가 있다.
*접미사(接尾辭):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다른 말과 결합하여 새로운 단어를 파생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형태소(形態素)를 ‘접사(接詞)’라 한다. 그 중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다른 말의 앞에 붙는 형태소는 ‘머리 두(頭)’ 자를 써서 ‘접두사(接頭辭)’라 하고, 뒤에 붙는 형태소는 ‘꼬리 미(尾)’ 자를 써서 ‘접미사(接尾辭)’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