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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역띠 Jul 24. 2020

안녕하세요?

_주변 사람들의 안녕에 대하여

어제는 말 그대로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이 비가 쏟아졌다. 혹시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해 하며 귀갓길, 운전대를 꼭 잡았다.




얼마 전 잇단 화재들이 생각난다. 2월의 인천 산불, 4월의 안동 산불, 5월 고성 산불을 비롯한 자연재해가 잇달아 발생하는 요즘. 특히 올해 2월까지 이어졌던 호주 산불은 호주 전체 숲의 약 14%를 불살라 버렸다.


코로나19. 나는 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면 중세의 유럽을 공포와 죽음으로 물들였던 흑사병이 생각난다. 21세기. 그 어느 때보다도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지금도 이렇게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가 벌벌 떨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 거대한 자연 속 인간들의 모습은 새삼 하찮고, 작다.


호주에 거주 중인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다행히 친구가 머무는 지역은 산불 피해가 없는 지역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주변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연된 사람이 없다. 누가 걸려도 이상할 것 없는 요즘. 하루에도 몇 통씩 인근 지역의 감염 소식이 메시지로 날아오는 때에 아직 주변에서 감염 소식 한 번 들려오지 않는 것은 정말 큰 다행이다.


며칠 전에는 글쓰기 모임 ‘사각사각’에서 량특집을 진행했다. 수많은 귀신 이야기 중 우리 모두를 가장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사람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꺼낸 것은 T였다. T는 혼자서 두 아이를 키우는 혼맘이다. T가 사는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인데, 며칠 전 괴한이 복도 창문을 통해 T의 집으로 침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침입 도중 T의 집을 방문한 형부 덕분에 괴한은 도주했지만 범인은 잡지 못했고, 순경들의 안일한 대응으로 증거 삼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날아가 버렸다고. 정말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고 사람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이 밖에도 요즘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위험과 무서운 일들이 널려 있다. 특히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다투는 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지면서 우리는 말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세대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정당 간의 갈등, 남녀 간의 갈등, 심지어는 부모 자식 간의 갈등, 형제 자매 간의 갈등 등등. 갈등의 양상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언제든 갈등에 휘말리고, 상처 받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현대인 중 많은 사람들이 외롭고 고독하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편리한 문명을 누리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도 외롭고 고독한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혼밥’, ‘혼술’은 그나마 건전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웃 간 울타리가 낮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고독사, 무연고 사망. 사망 이후 몇 달이 지나고서야 배달부에 의해 사망 사실이 밝혀지는 그런 일들이….


얼마 전 박원순 서울 시장의 죽음. 이유야 어떻든 자기 손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은 늘 슬프다. 그의 딸이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경찰에 알리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침내 발견된 아버지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그녀의 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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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생각으로 가득했던 출근길. 라디오에서 개그맨 김영철 씨가 사연을 읽고 있었다. “OOO 씨께서 이렇게 문자 주셨네요. 안녕하세요? 그 어느 때보다 이 평범한 인사말이 와닿는 아침입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각별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꼭 안부 연락 한 번 드려보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소식조차 들을 수 없게 된 사람들에게도 이 글을 빌어 안부를 묻는다. 다들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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