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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공방 오픈

by 겨울딸기

남편 출근하면 퇴근 때까지 종일 혼자 있으니 정말이지 입에 가시가 돋는 게 아니고 거미가 집을 짓겠다. 수영도 못 하고 지하 휘트니스 시설도 문 닫은 지 오래다. 뭐라도 해야지 이러다 갱년기 우울증이 동무하자고 불쑥 찾아올 거 같다.

지난 몇 년간 영화제 단기 스태프로 일하고 또 틈톰이 프리랜서로 책, 논문 교정보고 받은 돈 꼬박꼬박 모았다. 작년 가을 적금 만기 되어 찾아두고 자그마한 작업실 하나 계약해야지 야무지게 꿈꿨는데... 돈 생기면 꼭 쓸 일이 생기더라고 그 돈 고스란히 이사할 때 보탰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이 공간 한 귀퉁이가 바로 그 돈이다. 통장 잔액은 제로에 가깝고 어디서 들어 올 덴 없고 그래서 머리를 굴려 콧구멍만한 안방 빨래건조실에 책상 하나 가져다두고 작업실을 오픈했다. 남편도 눈치 못 챌 만큼 소박하다. 머리 위에는 어제 널어놓은 바지며 속옷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등나무꽃이려니 생각하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망이 오션뷰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