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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Feb 10. 2023

편의점의 재발견.

소금빵과 편의점, 눈물은 왜 짠가에 대한 사색.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역설적 제목의 소설이 있다.

<우동 한 그릇>이라는 소박한 음식을 주제로 다룬 수필도 있다.

<눈물은 왜 짠가>라는 '설렁탕'이 등장하는 시도 있다.


'공통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공통점은 바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음식을 다루었고, 그 안에서 눈물 나는 삶을 재발견했다는 것이다.


잠시 <눈물은 왜 짠가>라는 시를 인용해서 소개하겠다.

함민복 시인의 시인데, 실제로 시낭송회에 가서 함민복 시인의 실물을 영접한 뒤로는 더욱 반해버렸다.

어찌 그리 큰 체구에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우수젖은 여린 눈매를 지니셨는지.

흔해빠진 일상이지만, 스쳐가는 익명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눈동자와 그들이 먹는 음식과 그들이 머무는 장소를 통해

그 작고 사소하고 하찮은 일상을 통해, '인간애'를 발견하게 해주는 작가님들이다.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자시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시는 마음을 읽자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이 더 깊게 보였습니다 설렁탕집에 들어가 물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습니다

"더울 때일수록 고기를 먹어야 더위를 안 먹는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깃국물이라도 되게 먹어둬라"

설렁탕에 다대기를 풀어 한 댓 숟가락 국물을 떠먹었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가 주인 아저씨를 불렀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 잘못된 게 있난 싶었던지 고개를 앞으로 빼고 의아해하며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설렁탕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서 그런다며 국물을 더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국물을 더 갖다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주인 아저씨가 안 보고 있다 싶어지자 내 투가리에 국물을 부어 주셨습니다 나는 당황하여 주인 아저씨를 흘금거리며 국물을 더 받았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넌지시 우리 모자의 행동을 보고 애써 시선을 외면해주는 게 역력했습니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까지 난 땀을 씻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 함민복-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나는 얼른 이마에 흐른 땀을 훔쳐내려 눈물을 땀인 양 만들어놓고 나서, 아주 천천히 물수건으로 눈동자까지 난 땀을 씻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


짜다. 인생이 쓴 것도 아니고, 단 것도 아니고, 짜다.

요즘 소금빵이 유행이라던데, 뭐 그리 대단한 맛인지 궁금해서 줄을 서서 기다려 먹어보았다.

소감은? 이게 뭐지? 그냥 간이 안 된 생지 빵에 소금만 잔뜩 들어가서 약간 고소하다가 많이 짠 맛인데?

그랬다, 많이 짜고 또 짰지만.

생각해 보면 '바다도 짜고, 눈물도 짜고, 소금빵도 짜다.'

인생이 짠 맛이라면 어떤 느낌일까?



각설하고.

이번에는 편의점에 대해 생각해본다.

편의점에는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온갖 기본적인 생필품과 간식류, 안주류, 과자류, 음료류, 주류, 기호식품, 최근에는 다소 고급화된 간식류와 1인가구를 위해 작게 소분된 야채,과일류, 반조리식품, 즉석 식품, 재미를 위한 뽑기류 등 완구류, 문구류, 소형 가전제품들, 의약품류까지 없는 것이 없다.


편의점은 어쩌면 편리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주변에 편의점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불편해질지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아! 찾았다. 편의점과 소금의 공통점.
없어서는 안 될, 기본 중의 기본.
산다는 게 어쩌면
오감 중에서 짠 맛만 남은 소금빵처럼
아무 스케치도 없는 하얀 도화지처럼 밋밋한 느낌일지도.
편의점은 다소 밋밋하고 익숙한 맛을 지닌, 소금빵 같다.
소금빵은 뜨거울 때의 맛과 차가울 때의 맛이 다르다.
편의점도 내 기분에 따라 내게 다른 것을 안겨준다.
어느 날은 하나뿐인 엄마처럼, 따뜻한 도시락도 안겨주고
어느 날은 재미있는 친구처럼, 신상 과자도 전해주고
또 어떤 날은 설레는 연인처럼. 맛있는 와인도 보내준다.
편의점은 왜 이렇게 익숙한걸까.
하루라도 안 가면 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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