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의 미래와 현재

중견교사의 교육현장에 관한 짧은 생각들.

by 은비령

감히 꺼내어 대놓고 말하기 힘든 주제에 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나는 사범대학 4년, 사범대 소속 일반대학원에서 논문을 쓰느라 장장 7년가량을 교육학을 공부했고,

실제 현장에서 15년 가량 근무한 나름 경력자 교사다.

하나의 전공으로 일관되게 20년 가량을 살아왔으니, 그 분야의 변화를 느끼기에 적당한 시기를 거쳐왔다고 생각한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견해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교직 생활의 중간정도의 위치에 왔다고 생각되면서 요즘 느끼는 교직의 여러가지 단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아무쪼록 지금 입문하는 후배 교사님들과 교사를 꿈꾸는 새싹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1. 정년에 관하여.

누구나 알다시피 대한민국에서 특정직에 속하는 교육공무원은 만 62세까지의 정년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평교사로 재직하시면서 60세 이상 근무하는 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보통은 50대 초반부터 중후반에 이르는 동안 명퇴금을 예상하고 연금 수령 자격을 넘기면 '퇴직'을 꿈꾸고 물러날 준비를 하시더라.

나 역시 벌써부터 명예로운 퇴직을 꿈꾸고 있다. 20년이 넘으면 명퇴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는 평균 명퇴 나이가 31년 정도라 하니, 실은 아직 먼 미래이다.

그래서 느끼기에, 요즘처럼 하나의 직업에서 오래 머물기 힘들고 다양한 직업을 가져야 살 수 있는 시대에 교직에 30년 넘게 머무르다가 실질적 직업이 없는 '무직, 생활인, 자연인' 상태로 돌아가기는 너무 힘들 것 같다.


2. 수업에 관하여.

코로나로 인해 급격히 앞당겨진 비대면 방식의 수업과 태생부터 스마트한 z세대를 가르쳐야 하는 요즘에 과거에 쓰던 구태의연한 '강의식' 수업은 먹히질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특히 지금 10대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로 mz세대보다 더 스마트한 환경에 익숙하며, 생활이 디지털인 시대를 살아왔기에 책만 가지고 하는 수업으로는 집중을 못한다. 제 아무리 책을 좋아하고 깊이있는 사고를 위해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해도, 긴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요약해서 한번은 이해시켜줘야 하고, 만화 컷으로 장면을 창작해보게 하는 등의 초등에나 어울릴 법한 다양한 활동들이 간간히 필요하다. 그뿐인가? 예전같으면 암기로 외우거나 사전을 찾아보거나 해야할 과제들은 ai나 검색전문가가 대신해주고, 정보가 넘치기에 교사는 그 이상으로 더 연구에 힘써야한다.

그래서인지 현장의 선생님들은 디지털 교육법, 매체 활용법, 기존의 교육 컨텐츠를 디지털화해서 교수하는 법, 흥미를 이끄는 다양한 앱사용법, 여러가지 방법으로 창작하고 익히게 하는 다양한 교수법등을 계속해서 공부해야만 한다.


불과 몇년 전에 인문계고에 재직할 당시만 하더라도 수능을 대비한 문제풀이 수업, 다양한 문학작품 수업을 기존의 방식대로 해도 큰 무리가 없었는데. 코로나 이후 중학교에 근무하게 되면서 발빠르게 변하는 교과서내 콘텐츠들과 여러 매체를 활용한 교육법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 자라나는 내 자녀와 같은 세대들은 더 하겠지. 그렇다면 우리는 사범대에서 어떤 과목의 내용 체계를 배울 뿐만 아니라,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교수법에 대해서도 충분히 익히고 졸업하지 않으면 교단에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3. 중등/고등의 정체성에 관하여


내 경우 사범대학을 졸업했지만, 중등과 고등의 학교 체계라든가, 중점 업무라든가, 학생들의 발달적 차이점 등에 대해서 배워본 기억이 거의 없다. 실제로 임용이 된 이후에도, 본인의 선택이나 여건에 따라 중등/고등을 선택하면서 어느 급의 학교가 자신에게 맞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기억도 없다.

그러나 실제로, 중학교에 근무할 것인가와 고등학교에 근무할 것인가는 너무나 중요한 선택이다. 처음에 어디에 근무했느냐에 따라 평생 나의 직장과 마주해야 할 학생, 업무적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 경우 우연하게도 중학교, 인문계고, 특성화고 등에 두루 근무할 기회가 생겨 비교해 볼 기회가 생겼었다.

결과적으로 연구를 좋아하거나 학문적인 성향, 어떤 성취감을 이루는 일을 좋아하고 학생들의 미래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데 보람을 느낀다면 고등학교 근무를 추천한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 세계와 취업 경험, 학생들과 하루 하루 살아 있는 느낌을 느끼고 싶다면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근무를 강력 추천한다.

하루하루 다양한 기업에 취업하는 제자들의 기쁜 얼굴을 보았을 때, 단기적으로 수확가능한 열매를 재배하는 것처럼 보람있고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에 비해 인문계고교는 다소 지루하고 벅찬 싸움의 과정이라 보면 된다. 전통적인 주요 교과에 힘쓰면서 차근차근 대입에 준비하고, 고3시기는 2월부터 시작해서 11월 수능이 끝날 때까지 개인적인 삶의 여유 없이 함께 수험생활을 하는 기분이더라. 하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고, 이룬 뒤의 통쾌함, 여유를 느끼고 평생 제자를 만들기에도 좋은 공간이 인문계고등학교이다.

반면, 현재 근무하는 중학교의 경우, 정말로 '학교'라는 공간을 좋아하고 어린 학생들과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며 다양한 학교 생활을 함께 즐길만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오기를 추천한다. 중학교 교사로서는 외향적인 성향이고, 생활지도에 능수능란 하고, 사춘기 아이들의 사소한 반항에 상처받지 않을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 솔직히 인문계고에 근무할 때보다 수업 준비는 힘들지 않지만, 하루 종일 비상상태로 대기중인 느낌에 아이들이 어떤 사고를 칠지 노심초사이다. 사고의 종류는 기대 이상이니 적당히 상상하시길 ^^;


이렇듯 경험을 해보거나, 유경험자에게 학교급의 특성에 대해 가르침을 받지 않는 이상, 초보 새내기 선생님들이 학교 현장에 대비하기란 쉽지 않다.

교직 특성상 신규 교사든 원로 교사든 같은 업무를 하기에 그저 '동료'느낌이 강해서, 특별히 사수를 만나지 않는 이상, 직접 부딪치면서 경험하고 배워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녹록치 않다.




4. 근무 스타일과 업무 분장에 관하여


어느 기업이든 그럴 것 같기도 하지만, 교직의 경우에도 참 다양한 선생님들이 계신다.

빵빵한 부모와 남편 찬스 등에 힘입어 그저 명예직으로 교사를 하는 경우도 있고,

생활밀착형으로 공무원 박봉에 시달리며 근근히 버티는 교사분들도 계시고,

학령기의 자녀를 키우느라 고군분투 중인 워킹맘, 워킹대디들도 계시고,

갓 사범대를 졸업해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교직 자체를 즐거워하는 신입샘들도 계시고,

여러 가지 인생의 우여곡절 끝이 뒤늦게 교직에 입문해 안정성을 만족해 하며 근무하는 샘들,

자신만의 강점을 개발하여 전국구로 연수를 다니며 외부활동에 열심히인 샘들,

승진을 위해 도서벽지를 돌며 점수를 쌓고 관리자를 꿈꾸는 샘들....


근무 목적이나 스타일이 너무나 다양하기에, 매번 학교를 옮기거나 매년 근무 부서를 변경할 때마다

상대해야 할 사람이 은근히 많다는 것도 스트레스이다.

동료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매년 바뀌기에, 새로운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설렘이기도 하지만 때로 매번 다시 적응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도 특징인 것 같다.


특히나 업무의 경우에는 특별히 나의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듣도 보도 못한 행정 파트를 매번 배워야 하고, 더구나 교육청에서는 교사의 수업시간이나 담임 업무는 고려치 않은 채 '며칠 내 내세요.'하는 공문이 하루에도 2,3개씩 오니까 매번 새롭게 해야할 일들이 부지기수이다.

최근에 나는 '안전교육' 업무를 맡았는데 지난 주에는 '화장실 불법 카메라 설치 불시 검문' 업무를 하라고 공문이 왔고, 얼마 전에는 '미세 먼지 대응 대책'을 세워 보고하라는 공문도 왔는데, 내가 교사인지, 무엇인지 정체성의 혼란이 가끔 온다. 이런 일들은 교사로 오래 근무하다보면 부지기수이다. 매년 바뀌는 업무 분장을 감당해야 하는 것도 교사의 필수 요건임을 왜 사범대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것인가.

역시 교수님들조차 현장을 너무 모르는 게 분명하다.



오늘은 이 정도까지 적어보았다. 어느 직업이든 안 힘든 점은 없겠으나, 교직도 결코 녹록치 않다.

사명감과 열정만으로 이 힘든 여정을 견디기는 다소 고달프기도 하다.

이미 선택한 평생 직장이니 그냥 머물러라, 하기에는 남은 생애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부디 후배님들은 많은 준비를 하고, 현명하게 대응하여 교직 생활을 수월하게 시작하시기를,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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