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를 그만둔다면

feat. 안정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

by 은비령

오늘은 직업에 대해 고백을 좀 해보고 싶다.

최근에 새롭게 가입한 카페 이름이 '교사 탈출 카페'라는 곳이다.

놀라운 것은 20,30대 젊은 선생님들이 주 회원이며 매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나도 20대에 교직 세계에 발을 디딜 때부터 그런 질문을 받곤 했었다.

"자기~ 교사 계속 할 거야?"

당시 연륜 있던 40대 중후반의 선배님이 내가 신규발령 받자마자 이렇게 물어보셨었다.

그땐 그 질문의 의미를 잘 몰라서 의아하기만 했었는데 돌이켜 보니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내가 지금 당시의 선배님과 비슷한 연배가 되고나니 이제야 이해가 간다.

아마 선배님도 본인 자신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을 내게 하셨던 것이 아니었을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직이나 공무원 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교대나 사대 경쟁률도 점점 낮아지고 있고, 공무원 시험의 인기도 예전만 못하다.

심지어는 어렵게 몇 년씩 준비해서 합격한 현직 공무원들조차 '의원면직'을 꿈꾼다.

명예 퇴직이 아닌 의원 면직!!!!


어느새 나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그만두고 싶어요. 교직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해보면 어떨까요?"라는 말을 내뱉는다.

아마 나를 처음 본 사람이든, 몇 년을 봐왔던 사람이든,

아니면 나 자신의 마음 속 깊은 무의식 속 자아이든,

이 말을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문득 문득,

아니, 조금 더 자주, 틈만 나면 생각해 본다.

'그래, 오늘까지, 올해까지 근무한다 치면, 당장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

(그래도 담임을 맡았기에 그만둬도 학기는 마쳐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린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싱글맘이기에,

감히 안정적인 이 직장을 박차고 나간다는 것이 매우 위험한 발상임을 알고 있다.

작고 소중한 월급이지만, 나름의 사회적 지위도 있다고 생각했고

소신 있게 내 전문성을 살리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봉사적인 일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최근 들어서는 '언제 그만둘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다.

왜? 왜일까? 왜 하루가 다르게 '학교와 공무원 세계, 교직 사회'가 답답하다 느껴지는 것일까.


교권 추락은 이미 공론화된 사실이고, 이제 아동학대로 고소나 안 당하면 다행이라 여기며

선생님들이 몸 사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스승의 날에도 수업을 하게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

요즘 교사가 스승이 될 수 있을까?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던 시대는 언제적이던가?


인성지도나 생활지도는 정도껏 하게 되었고, 선을 넘는 행동을 하더라도 인성적 감화로 설득하기엔 무리가 있다. 학폭이나 교권 침해로 가기에는 절차도 번거로울 뿐더러 마음이 불편하다.

성적을 무기로 수업을 강요하는 것도 힘들고, 학원 숙제를 들고와 몰래 푸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가도

오히려 수업 전문성은 사교육계에 있는 것이 아닌가 반문하게 된다.

출결은 어떠한가? 개근을 하는 학생이 드물어졌고, 학적 관리를 하는 담임은 출결 서류 챙기느라 바쁘기만하다.


연금 때문에 많이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미 개혁된 연금 법안에 따르면

15년을 재직했어도 아직 내가 받을 수 있는 연금은 100만원이 채 안된다.

물론 5년, 10년, 15년 더 근무하면 조금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것들로 내 삶을 옥죄여 두고, 발목을 잡힌 채로 인생을 송두리째 교직 사회에 걸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스승의 날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 이런 글은 참 불편하다.

하지만 직업의 세계를 떠나, 주체적 인격을 가진 한 자연인으로서,

교사로 평생을 몸바쳐 일하는 것이 내 인생의 전부가 되면 안 될 것 같다는 회의가 많이 든다.


그래. 만약 당장 그만둔다면

하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던 목수자격증이라도 따야겠다.

꽃집에서 알바를 해봐도 즐거울 것 같고.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은 자유인인 채로,

원하는 대로 하루 하루를 채워보고 싶다.


그러다 가르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면

동네 작은 어귀에 책 읽고 책 쓰는 공부방이나 차려도 되지 않을까.


인생은 길고, 직업은 다양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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