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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Sep 21. 2023

학교에 병가를 내다.

아침 기온이 제법 낮아졌다. 시원한 단계가 아니라 서늘한 느낌이, 계절은 혹독히도 변화하는구나 싶다.

아마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온 건 아닐까 싶다.


정확히 지난 주 중반쯤의 어느 아침이었다.

평소처럼 서둘러 아이의 아침밥과 준비물, 과제 등을 챙겨 학교로 보내고,

사고가 안 나는게 기이할 만큼 엑셀을 밟아 여느 아침처럼 학교에 출근했다.

또 늘상 반복되는 잔소리를 해야할 타이밍, 조회 시간이 찾아왔다.

'배가 아파요. 생리통이에요. 다리가 다쳤어요..'등.

요즘 아이들은 아픈 데도 많다. 그리고 서슴없이 지각, 조퇴,결석도 잦다.

내가 뭐라고, 그 아이들의 출결을 잔소리할 위치도 아닌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까지 겹쳐 열 명이 넘는 아이들이 교실에 없던 아침이었다.

내 몸 상태도 기력이 딸리고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안 좋았지만, 교사에게는 수업교환이 더 힘들 걸 알기에

꾸역꾸역 수업을 들어간다. 

그렇게 하루를 또 버티다가 퇴근해서, 내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에 멈칫 놀랐다.

화병인걸까. 

매스컴에선 연이어 선생님들의 작고 소식이 들리고, 어느 지역에선 학생에게 맞았다한다.

사실 그런 일들은 늘상 있었다.

반항하는 사춘기 아이들의 일탈을 혼내기엔 요즘 세상이 너무 무섭고, 후폭풍이 두렵다.

더구나 아이들은 시너지를 내서, 함께 어울려 있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교사는 교실에서 혼자다.

너무 피해망상적인 생각인가?

게다가 그날 아침에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떼거지의 학생들을 보며

이 모든 풍경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상상이 들었다.

학교가 없어졌으면.

세상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스스로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랬다. 나는 멈춰야했다.

교실에 들어서서 뭔가를 항상 참고 버텨야만 하는 그런 압박감에서 스스로를 놓아주고 싶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아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평소 다니던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공황장애가 시작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죽을 것 같은 압박감이 심해지면 이미 손쓰기 힘드니, 지금 쉬라고 하셨다.


그렇게 나의 병가는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쌀쌀한 아침 공기에, 산책도 포기하고 두서없이 글을 써 본다.

이 차가운 가을날에, 무엇부터 놓아버려야 이 알 수 없는 통증들을 제거할 수 있을까.

항상 버티는 것엔 너무 익숙한 나였는데,

왜 버티고 살아야하나, 그런 의문이 든다.

편의점 알바를 해도 지금보다는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나약한 사람인 양 보이기 싫어 참았는데,

힘든 상황이 쌓이고 쌓이면, 더이상 숨길 수도 없음을 깨닫게 됐다.

그저 오늘은 아무 생각 없이 평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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