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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May 23. 2023

정적이 흐르는 숲의 아침

평화를 수혈받다.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숲길

아니, 정적이 아니다.

다채로운 새들의 지저귐과 속삭임이 들린다.


노오란 맨드라미

하얗디 하얀 계란꽃들

볼품 없이 흩날리는 토끼풀들

여기저기 피어난 고사리 더미

아무렇지 않을 솔잎의 그윽한 향내음

그리고 가끔 툭-하고 무심히 떨어지는

도토리 열매 한 알.


부엉이는 무얼바라 한낮에도

부엉부엉 울어대는지.


햇살은 천연하게도 땅거미를 밀어내고

구름은 유유하게 하늘을 휘젓는다.


고집 센 바람마저도 조심조심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오전 아홉 시의 고요한 숲.


마음이 고운 누군가가 갖다놓은

팔걸이가 있는 나무 의자에

온몸을 기대고 앉아

마음껏 숲냄새를 먹는다.


가슴 깊이 폐를 순환시키고

청정한 하루를 선물한다.


차가운 아아 한 잔에

수혈받는 오전의 한가로움은

그 어느때보다도 삶을 살아있음으로 충만하게 한다.


고요한 화음이 흐르는

조화로운 숲 속에서

내가 찾은 것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평화와 한적함.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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