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빨간 머리 앤의 열 여섯 번째 생일 일화를 보고.
휴가철이다.
멋진 휴양지에서의 환상적인 레포츠도 좋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좋아하는 코코넛 라떼와 함께
몇 번이고 보고 또 봐도 감동적인 드라마 한 편 보는 것이 큰 힐링이다.
오늘은 '빨간 머리 앤'의 16번째 생일을 다룬 일화를 시청하였는데,
무뚝뚝한 매튜 아저씨와 마릴다 아주머니께서 앤을 위한 깜짝 생일 파티를 해 준 장면이 너무 아름다웠다.
아저씨는 앤의 생일을 잊은 척 하며, 무심하게 책을 거꾸로 들고 읽는 척하고 있고,
아줌마는 오히려 앤에게 집안일을 도우라며 재촉한다.
이 어색한 상황은 앤을 놀래켜주기 위한 깜짝 쇼였고,
실제로 정성스레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케이크를 들고 축하노래를 불러주신다.
"앤은 참으로 유쾌한 아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지. 그럴 생각도 말아야지. ^^"
(앤의 코에 케이크의 크림을 묻히면서)
"이제 너는 너무 미끄러워서 불행도 널 잡지 못한단다."
불행이 널 잡지 못할 거라는 행복을 기원하는 멋진 노래와 함께,
매튜 아저씨의 다정하고 로맨틱한 선물이 공개된다.
레이스 손수건으로 만든 장미꽃을 열어보니,
모자 모양의 팬던트가 있는 은으로 된 팔찌가 숨겨져 있다.
선물만으로도 너무나 로맨틱한데, 아저씨의 대사..
"앞으로 점점 다양한 모습의 너를 나타내는 장식을 모을 거란다.
이 모자는 기차역에서 너를 처음 만난 날의 앤을 뜻하지.
그 복된 날 운명이 우리를 하나로 이어줬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지."
와!!!!! 이 대사를 들으면서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쓰나미가 느껴졌다.
그저 값비싸서 가치있는 보석인 것이 아니라,
앤과 매튜 아저씨만의 추억과 인연의 연결고리로 상징적인 장식을 선물해주신
오로지 앤을 위한, 하나뿐인 팔찌.
그리고 앤은 이 따뜻하고 감동적인 성년을 맞이하는 생일을 기억하며,
앞으로의 인생에서 더 다양하고 풍요롭고, 성숙한 그녀만의 장식들을 하나씩 추가해 갈 것이다.
장식의 조각들이 모여 그녀의 인생을 이룰 것이고,
그 첫 사랑의 기억은 매튜 아저씨로 추억될 것이니,
정말이지 잊을 래야 잊을 수 없는 근사한 축하를 선물해 준 셈.
문득 생각해 본다.
나의 삶을 나타내는 장식은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 선물들을 준 이들의 값진 마음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을까.
인생의 남은 날들은 어떤 장식들로 채워질까.
매튜 아저씨라는 멋진 캐릭터를 창조해준,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위로 받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