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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Dec 02. 2023

마흔이 된다는 것의 의미

마흔이 된다는 것은

가장 먼저,

신체가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는 것.

이유없이 앓음 앓음 성장통 아닌 노화통을 겪게되는 나이.

갱년기도 아니고, 사춘기도 아니지만

마흔춘기의 특별함으로 인해

온 몸 구석구석 세포 하나하나, 뼈 마디마디 마다,

조금씩 닳고 닳아 탈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

가끔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고,

구석구석 부품이 고장나기 시작해

제때 잘 돌봐주지 않으면

엔진오일 안 간 시동처럼

어느새 급작스런 질병이 찾아올 수도 있는 나이.



또한 마흔이 된다는 것은

그간의 경험과 실패로 얼룩진 자아를

어루만져 줄 따스한 위로가 필요할 때라는 것.

학창 시절처럼 누구나 동일하게 겪는 아픔이 아니라,

오로지 나만 아는 유일한 슬픔을 갖게 되는 나이.

승진에 미끄러져서,

배우자를 잃어서,

부모나 자식을 갑작스레 잃어서,

어느 날에는 별안간 오랜 친구를 잃을 수도 있어서,

무엇 하나 안정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되는 나이.


하지만 그 깊은 슬픔을 가슴에 안고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진짜 어른인 척 해야하는

고달픈 나이, 마흔.


이제와서 힘들다고 말하기엔

딸린 식솔이 많고, 현실이 버거운 나이 마흔.


누군가는 이제 비로소 인생의 시작이라는 나이, 마흔.

서양의 어느 나라에서는

진정한 직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나이, 마흔.

그렇지만,

새로움에 도전하기엔 조금은 겁나는 나이, 마흔.

아직은 가야할 길이 너무 길고,

앞날을 알 수 없는 방황하는 중년의 시기, 마흔.

그렇다고 해서

걸어온 길을 부정할 수는 없는 성장의 나이, 마흔.


알게 모르게

자신만의 멋과 매력이 쌓이는 나이, 마흔.

살아온 길이 얼굴에 보이기 시작하는 나이, 마흔.

비로소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나이, 마흔.

느릿한 재즈가 흐르는 바에서 위스키 한 잔 마시고 싶은 나이, 마흔.


어느새

어린 시절 친구들과 다르게 살게 되는 나이, 마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누구인지 결정할 수 있는 나이, 마흔.


많은 것을 스스로 하게 되는 나이, 마흔.

연로하신 부모님을 보살피기 시작해야 하고,

커가는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나이, 마흔.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위로와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 마흔.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를 다시 기대하게 되는,

어린 아이처럼 몽글몽글한 순수함을 갖고 싶은 나이, 마흔.

어릴 적 불렀던 캐롤이 다시 부르고 싶은 나이, 마흔.....


당신들의 마흔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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