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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May 08. 2022

절절한 첫사랑

#우리들의 블루스 - 선아, 동석편/ 현이, 영주편

chapter1. 선아, 동석편


# 바닷가 방파제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결국 바다로 뛰어든 선아를 구한 뒤,

초췌한 몰골로 병원을 나온 선아.

그런 선아를 "안 잡아 먹어."라며 데려와 자신의 1톤 트럭에 태우고, 싸구려 모텔방에서 쉬게 하는 동석.

그녀를 죽음까지 몰고 간 이 상황이 화가 나서, 동석이 외치는 물음.


"너 대체 어떻게 산거야? 어떻게 살았길래 몰골이 그 모양이니?!"

"그냥 살았어. 결혼하고 애 낳고, 애 키우고, 이혼하고, 애는 아빠한테 가고..."


문을 쾅 닫고, 무심하게 나가버리는 동석

....


# 밤 산책을 나온 선아에게 온 동석의 전화. 


"살아있냐?"

"어." / "그럼 됐다."


# 며칠 째 모텔에 들어오지 않는 선아의 방을 확인한 뒤, 어린 시절 그녀가 살던 목장터에 가 보는 동석(이병헌 역). 선아(신민아 역)가 옛 집에서 홀로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고,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트럭을 휙 돌려 거칠게 운전하면서 선아에게 하는 말.


  "너 그때 나한테 대체 왜 그랬냐? 

  세상 재밌는 게 없고, 그저 너랑 있는 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나한테."

  "너 내가 너 좋아하고 사랑했던 거 아냐?그런 나한테 왜 그랬어? 왜? "


  "그때.. 차마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나를 망가트려달라고 할 수 없었어."



  선아와 동석은 닮은 점이 참 많다. 첩의 자식으로 누구에게도 인정받거나 대접받고 사랑받지 못했던 동석과, 이혼 후 사업 실패로 방황하며 망가진 아버지 밑에서 자신을 망가트려서라도 아버지를 되찾고 싶었던 선아.

그 둘은 타인에게 해함을 당하면서라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가여운 영혼들이었다. 서로 닮은 영혼이 서로를 알아보았고, 무심한듯 다정하게 서로를 살뜰히 챙겼다. 그러나 운명은 쉽게 그들을 해피엔딩으로 이끌지 않았고, 돌고 돌아 세상에 다시 상처를 받은 뒤에야 다시 만났다. 

그러나 그 둘은 여전히 사랑하는 사이였다. 동석에게 선아는 언제나 '여자'였고, 선아는 그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가 든든하고 편안하다.

 

  남녀 관계에서, 한 쪽이 포기하지 않는 관계는 쉽사리 끊어지지 않는다. 

둘 사이의 애정의 양이 얼마만큼 다를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자석과도 같아서. 곁에 늘 있으면 끌어당기는 쪽으려 끌려가게 되어 있다. 결국 동석은, 선아를 끊임없이 애정하고, 그녀의 곁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지켜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가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이 없다하더라도. 세상에 동석처럼 순애보를 가진 순정파 남자가 몇이나 될까.

여자랑 둘이만 있을 때는 술도 못 마시는 귀여운 남자. 술의 힘을 빌려 여자들을 어떻게 해보려는 늑대같은 많은 남자들 가운데 동석이 빛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아는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을 살았고, 험난한 풍파를 만났지만, 그녀 곁에 동석이 있는 한, 새드 엔딩은 아닐거라는 것. 그것이 바로 순정한 사랑의 힘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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