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드라마 리뷰
chapter2. 현이, 영주편 & 호식, 인권 편
서로 앙숙관계인 선후배 사이인 호식과 인권.
호식은 왕년에 깡패를 하다가 주먹질을 접고 순대가게를 운영하며 아이를 얼짱, 공부짱, 몸짱인 인기남으로 열심히 키워냈다.
인권은 얼음가게를 하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면서 영주를 전교 1등, 학생회장, 반장으로 키워냈다.
둘은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지만, 왕년에는 서로 목숨을 구해주면서 '서로 사돈하자'했던 사이.
과거에 도박에 빠져 모든 것을 잃고, 아내마저 도망 간 상황에서 딸을 앞세워 호식에게 돈을 빌렸던 인권.
그런 인권을 구하려다 깡패들에게 습격을 당하고 죽을 뻔한 호식.그런 호식을 구해준 인권.
그리고 호식과 인권은 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맨몸으로 하루도 쉴 새 없이 거친 바다사나이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간다. 아이들의 밝은 미래만을 고대하며...
그런 호식과 인권의 노력을 배반하듯,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을 또 한번 시험에 들게 한다.
바로 현이와 영주가 고교 졸업을 코앞에 두고 덜컥 임신을 해 버렸다는 사실.
현이는 참 남자답게도 그런 영주를 보필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최저시급이라도 돈을 벌겠다고 선언한 상황. 영주는 출산을 하고 서울대 의대에 입학하고 현이와 함께 살겠다고 다짐한 상황.
이 둘의 풋풋하지만 위험한? 첫사랑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라.
과연 내가 저들의 입장이었다면 뱃 속 생명을 지켜낼 수 있었을까.
그러나 대부분의 겁많은 우리들과 달리, 10대 미성년인 영주와 현이는 대견하게도,
아이를 낳기로 결심을 한다.
순진한 10대 모범생 청소년인 그들이, 아이를 겁내하고 뒷걸음질 친 것이 아니라,
당당히 자신들의 사랑을 밝히고, 친구들의 놀림과 야유를 이겨내며, 어른들에게 맞서서
아이를 지켜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아이를 지우려 애써 찾아간 병원에서 뱃 속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결심한다.
"무조건 아이를 낫자."고.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버스에서, 우연히 소화기가 터지면서 위태한 상황이 발생하자,
"여기 임산부 있어요! 제가 애아빠에요!"라고 귀여운 커밍아웃을 하면서
순수한 미소로 미래를 결심하는 두 아이.(아니, 장차 부모가 될, 대견한 예비 어른)
이 사실을 안 호식과 인권은 노발대발, 이 엄청난 사건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애써 무마하고자 분노하고 절망에 빠진다. 절망에 빠졌어도 차마 자신의 아이들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결국 아이들을 지켜줄 방법을 찾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는 두 아비.
아이를 지우라고 현금뭉치를 쥐어주자 분노한 인권이 호식을 죽이겠다 시장 한복판에서 싸움이 벌어진다.
"될대로 되라그래! 어차피 방호식 인생 이제 시궁창이야!"라며 울부짖는 호식...
가엾게도 차마 말썽의 원인인 아이들에게는 손도 못대고 자신의 가슴을 두 주먹으로 쾅쾅치기만 한다.
하...내가 저 아이들의 부모라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20년을 개고생해가며, 내 인생도 저당잡힌 채 금이야 옥이야 키워낸 내 새끼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순간.차라리 내 인생이 망가졌으면... 저 아이들은 힘들고 고생하지 않았으면..하는 그런 부모의 심정..
눈탱이가 퉁퉁 부은 호식이 학교 끝내고 돌아온 영주에게 자신이 그동안 모은 통장들을 건네면서 설득하려 한다.
"애만 없으면 훨훨 날아서 너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데, 여기서 주저 앉을 건?
"내가 너 키우며 먹은 두통약이 한 트럭이고, 너 몰래 훔친 눈물이 저 바다라. 긴 말 필요없다. 그 혹 떼라!"
"뭐? 혹? 그럼 나도 아빠 혹이겠네?"
......
하... 이 드라마 참... 사람 여러 번 울린다.
사실 살다보면, 이렇게 신파같은, 차마 말을 잇지도 못 할 만한 그런 '큰' 사건들이 가끔씩 생긴다.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평탄하게, 남들 하는 만큼, 남들 사는 것처럼만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살다보니, 조금은 알겠다.
아이들의 굽히지 않는 결심에 두 부모는 축 처진 어깨로 현실을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으니, 두 아비는 자신들의 보물들인 아이들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을 터.
남자는 자존심인데, 두 아비 중 누가 먼저 아이들의 편을 들었을까?
먼저 무릎을 꿇은 것은 인권이었다. 역시 딸 자식을 둔 아비가 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불러오는 배를 움켜쥐고 아파하는 영주의 가련한 모습을 보며, 차마 더는 모텔방을 떠돌게 할 수 없는 인권.
한숨을 쉬고 아무 말도 못한 채로 담임 선생님을 만나 학교를 다니면서 출산을 하게 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늦은 저녁, 호식에게 찾아가 두 무릎을 꿇고, 이야기한다.
"우리 아이들 받아주자. 그리고 나도 받아주라. 내가 형이라 부를게. "
"형은 무슨. 사돈이라 불러라. 그리고 아이들 손가락질 하는 것들 내가 다 혼내줄기라. 패고 혼내도 내가 혼내지. 지들이 뭐라고 내 새끼를 손가락질하노. 내 새끼는 내꺼다."
짧지만 굵고 담백한 진짜 남자들의 대화.
그렇게 그들은 세상에서 둘도 없는 보물들이 또 다른 보물을 갖고 예쁘게 살아가는 걸 받아들이기로 한다.
기가 막히지만, 이런 게 인생이고, 내 맘 같지 않지만, 뜻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리라.
영주와 현이도, 호식과 인권도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