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1담임의 소소한 행복.
십수년의 교직 생활을 돌이켜보면, 중1 담임은 나름 인기 있는 학년 선택에 해당한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가장 일차원적인 관점에서
'아이들이 순수하고 예쁘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갓 청소년의 문턱을 밟기 시작한 아이들은
아직 앳된 티를 못 벗어 얼굴에 홍조를 띄고 '꺄르르~'하며 뛰어다닌다.
수업 종이 울리면,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은 극소수이고,
죄다들 옆 반, 그 옆 반, 아랫층, 윗층 할 것 없이
그렇게 뛰어다니고 몰려다니며 소리지르고, 웃어대느라 바쁘다.
밀치기, 등 치고 도망가기는 예사이고,
계단에서 점프하기, 놀리고 도망가기,
긴 쇼파 의자에 겹겹이 앉아 햄버거 쌓기 놀이,
뭐 하나 재밌는 놀잇감 있으면 십수명이 우르르 몰려와 구경하기,
쉬는 시간 마다 운동장에 나가, 야구공 던지기, 축구공 차기, 배드민턴 하기, 잡기 놀이....
정말 이 아이들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 연구하고 싶을 지경이다.
나름대로 '교복'이라는 '죄수복'(아이들 표현에 의하면)을 입고
감옥 같은 학교에 입학하게 됐지만,
아직은 사회에 때가 덜 묻어 '어린이'티가 더 많이 나고,
성장 속도도 제각기 달라서
남자 아이들의 경우 키가 140~170까지 편차가 아주 크다.
작은 소년같은 아이들이 꺽다리 친구들과 서로 킥킥대며 해맑게 놀고있는 모습을 보면
이 아이들이 지금처럼 귀엽기만 했으면 좋겠다.
사춘기를 맞이하지 않고, 그저 어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철부지로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곤한다.
그랬던 귀염둥이 아가들이,
2학기에 접어들고 중2가 되고나면,
자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갑자기 철이 든 척한다.
세상 모든 문제보다 자기 기분이 중요해지고,
그저 어른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갑자기 홀로 사색하는 척하며,
친구들의 한 마디가 무슨 왕의 명령이라도 되는 양,
한껏 예민해져서 서로 다투고 화해하고를 반복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이성에도 조금씩 눈을 뜨게 되고,
수업 시간에는 어딘가 공상 속에 빠져들며
세상 고민을 다 등에 짊어진 양 귀찮고 짜증난다는 듯한 표정을 하게 되겠지.
어제 어린이 날이었는데, 연휴 잘 보내라며 아이들에게 종례를 하고 퇴근하는 길,
"선생님~ 저 내일 어린이날 축하해주세요~ 선물 받고싶어요~"라고 해맑게 외치는
아가들의 변성기 없는 어린이다운 목소리가 어찌나 귀엽던지.
교직 생활이 힘들어도, 결국은 아이들로 인해 충전받고 다시 출근하게 되는 건
아이들만이 줄 수 있는 행복이자 마법이 아닐까.
사고도 많이 치고, 손도 엄청 가고, 시끄러운 아이들이지만
아직 녀석들이 어린이다워서 참으로 다행이다.
그래, 그렇게 어린이티 안 벗은 앳된 1학년 신입생 모습으로 즐겁게 살아가렴.
어린이 시절은 인생에서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의 마지막 어린이 시절에 후회없이 놀고 행복하게 지내며 충분히 사랑받길.
너희들은 모두 보석이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