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들의 특권.
2024 국제도서전을 다녀와서.
나름 세찬 장맛비가 왔던 주말 아침.
'뭐 새로운 것 없나'하고 휴대폰을 뒤적이다가
2024 국제 도서전의 마지막 날이 어제였음을 알게 됐다.
'뭐 별 거 있을까.'
'출판사들의 도서 홍보전'의 도가니 혹은 실용적인 굿즈 받으려는 긴 줄,
넘치고 넘치는 출판계의 각종 독립 서적들,
그도 아니면 '어떤 콘셉트'로 책을 선별해 놓고 전시하거나,
운이 좋다면 새롭게 알게 된 신진 작가님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겠지.
무엇이든 대상을 시시하게 여기고, 기대를 저버리는 순간,
다이아몬드를 보아도 그 빛남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
대상이 시시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내 관점이 지루함과 타성에 젖어있는 것이다.
결국, 망설임 끝에, 무시무시하다는 코엑스 주차료를 지불하고서라도
꾸역꾸역, 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을 기대하며 방문했다.
광활한 부스들.
수많은 책 표지들.
무수한 사람들의 인파 속에서.
독서란 모름지기 고요함 속에 사색할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건데.
잠깐씩 스쳐가듯, 바라본 수많은 책들과 그 책들을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책을 귀하게 여기고, 독서 자체를 즐기며, 책과 관련된 사소한 굿즈들까지 열망하는'
'읽는 이들의 축제장'이 이런 건가 싶었다.
아마도 여기 부스를 지키고 계시는 분들은
출판사의 홍보부 부장님쯤 되시겠지.
조금 열정적인 사장님이 나와계실지도.
독립 출판사의 경우에는,
심지어 책을 한 권씩 무료로 주시기도 했다.
게 중에는, 책을 주시면서 '이거 제가 쓴 건데 재미있게 읽으세요.'라고 수줍게 덧붙이기까지 하시는 분도 계셨다. (오, 놀라워라.)
아주 흔해 보이고, 사소해 보이지만
책의 저자와 출판업계의 우수한 인재들이 도처에 널려있어,
과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수많은 사람 속에서 그저 스쳐 지나가도 될 인연들인가. 싶기도 했고.
게 중에는 작가보다 더 돋보이는 작가의 지인들도 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작가와의 대담'으로
'작품 속에서 작가의 자아는 어떻게 형상화되는가'와 같은 심오한 질문에 대한 강연회도 열리고 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지,
대 놓고 '진지해도' 진지충이란 핀잔받지 않아도 되고,
삶의 본질에 대해 궁금해하며
조곤 조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편안했다.
'읽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있는 페르소나이다.
'읽지 않는다면'
이 지루한 인생,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두런두런.
그저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도서전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