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위로다.
별다방이 당기는, 그런 소소하게 일상적인 날들.
한국의 커피 문화는 이제 고급 수준에 다다랐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으로 누구나 갓 내린 1일 1 아메를 즐기며, 개인샵은 물론 브랜드 카페들의 다양한 재료를 접목한 특별하고 한국적인 커피들의 종류도 많아졌다.
내가 별다방 회원이 된 것은 2017년부터였다.
왜인지 모르게 어딘가 사색할 편안한 공간이 필요했던 날이었는데, 그때 스타벅스가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 쓸데없이 비싸고 사치스럽게도 보였던 카페라서, 서민인 내가 이용하기에 어려운 공간이 아닌가 싶기도 했었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커피 살 돈 아껴야 노후가 보장된다며 자주 카페를 찾는 싱글 여성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생각해 보면
삶의 잴 수 없는 무거움과
변함없이 지루한 일상의 하찮음이 답답해지고,
그런 꽉 막힌 답답한 마음을 나부낄 때 없어 좌불안석일 때마다, 나를 위로해 준 건 별다방이 주는 안락함이었다.
요즘은 어딜 가나 원두가 고급화되어
웬만한 편의점 커피 한 잔에서도 그윽한 향이 느껴진다.
그러나 별다방을 찾고 싶은 날들은
매일 마시는 흔한 아메가 당기는 날은 아니었다.
무언가 깊이 멍 때리고 싶은 날
들려오는 음악에 머리를 씻어내고
다양한 메뉴 중에 시즈널 한 음료를 고르고,
음료와 어울리는 달달한 디저트와 조합하여
스스로에게 작은 사치를 선물하고 싶은 날이 있다.
뭐 요즘에는 카페투어도 많이 보편화됐고
경치 좋은 곳에 대형 베이커리들도 우후죽순 생겨서
카페라는 공간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여가로 자리 잡았다.
그렇지만 많은 카페를 가봐도 별다방만큼 마음이 편해지는 곳은 드물었다.
왜. 일. 까?
가끔 지치고 힘든 순간에
어딘가 별다방이 있는 새로운 낯선 동네에 가서
책 한 권 들고 가서 신메뉴도 맛보고
조용조용한 음악에 멍 때리며
뭐가 문젠지 문제의 시작에 대해 파고들기도 한다.
다이어리도 끄적이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
오늘은 지인이 선물한 기프트카드로
강렬한 풍미에 향이 진하고 무게감 있는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수마**' 원두를 구매했다.
핸드드립용으로 갈아서 내일 아침엔 따끈한 커피와 함께 출근할 수 있다.
참 이상하다.
이건 마치 고객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는
커피 회사의 술수인 것 같다.
그럼에도 그 마케팅 전술이 불편하다기보다 익숙해졌다.
점원들의 친절함도 고맙고,
주차의 불편함이 없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도 이 공간에만 오면
멍 때리며 마음을 정화하고 떠날 수 있어서
내게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쓰다 보니 내가 홍보자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꼭 어떤 브랜드가 더 좋다기보다는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이 있는 것처럼
커피를 통해 위로받고 싶은 날에는
고요하고 편안하게 멍 때릴 수 있는
공간이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람 사이의 일은 사람에게도 위로받지만
어떤 공간이 주는 안락함이 우리를 위로해주기도 한다.
그런 공간은 사람들마다 각기 다르리라.
누군가에게는 커피향이 있는 카페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연 속의 한적한 호숫가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추억어린 여행지 기차역일 수도 있다.
그런 날에 그곳이 어디든지,
지루하고 황량한 삶에서 도망쳐 잠시 숨 쉴 수 있는
나만의 도피처 하나쯤은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