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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Jul 28. 2022

글쓰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하고싶은 말이 있어도 딱히 말할 대상이 없어 답답하던 차에, 브런치라는 공간을 만났다.

차마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마음 속 생각들을

타자기로 천천히 두드리며,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는 과정 자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마치 대나무숲에서 자기만의 비밀을 털어놓던 누군가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글쓴이를 위로해 준다.

또한 글을 읽어주는 또 다른 누군가는 다른 이의 고백같은 글을 읽으며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고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낸다. 


  의미와 표현, 그리고 표현으로 인해 다시 형성되는 '새로운 의미'의 발견이 글쓰기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글을 쓰기 전에는 내가 표현하려던 생각의 뭉치들이 뜬구름처럼 흩어져 있다가, 타자기를 두드리는 순간 의미는 분명한 언어로 변화하고, 그 언어의 집합이 또 다른 의미를 생성해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자, <기호학>이 문득 떠올랐다. 


학부 1학년 때, <기호학>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기표와 기의, 상징' 등등 모호하고 추상적인 개념들을 배우는 과목이었는데, 그때는 당연한 걸, 뭘 이렇게 어렵게 가르치나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아래는 기호학에 관한 설명 중 일부 발췌한 것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인간들은 문자를 포함한 상징(symbol)과 도상(icon), 지표(index)로써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으며, 서로 의사를 소통한다. 여기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 내는 행위를 의미작용(signification)이라 하고, 의미 작용과 기호를 통해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행위를 커뮤니케이션이라 하며, 이 둘을 합하여 기호 작용(semiosis)이라 한다. 기호학은 엄밀하게 말하면 이 기호 작용에 관한 학문이다, 소쉬르에 따르면, 기호는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 그리고 기호 자체로 구성된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호학 [Semiotics, 記號學]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사실, 글쓰기는 '글'이라는 '기표'를 통해 사람의 마음 속 생각(기의)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가르치려던 학문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지만, 내가 어떤 도구(그림이든 무용이든, 노래든, 글이든, 영상물이든, 어떤 매개체로든)로 표현한 '표현' 자체만으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마치 공중에 떠도는 수많은 기체들처럼, 우리는 수많은 표현들 속에서 살아가지만, 우리의 눈과 뇌에 도달하는 '기표'들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의미들이 언어화되어 각종 게시판에 작성되고 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나의 글도,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한 송이 '꽃'이 되어, 그들의 머릿속에 기억될 수 있을까. 글쓰기란 참으로 쉬운듯 어려운 녀석이다. 때문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고, 더 잘 쓰고 싶어진다. 

  어릴 적, "네 꿈이 뭐니?"라고 물으면 "작가요."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꿈꾸는 직업(진로희망)은 늘 바뀌게 마련이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도 '뭔가를 계속해서 끄적이는 사람. 삶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 글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가슴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참 즐겁고 행복하다. 부드럽게 터치되는 자판과 몇 시간이고 앉아 있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은 의자, 그리고 적당한 온도의 커피 한 잔만 있으면 무엇이든 글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딱히 쓸거리가 없으면 오늘처럼 '글쓰기'란 녀석에 대해 써봐도 될 터이니, 그저 이렇게 무궁무진한 글쓰기를 매일매일 즐기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글을 쓰면서 인생을 두 번 맛본다. 

그 순간에 한 번, 추억하면서 한 번."

- 아네스 닌(미국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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