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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Aug 30. 2022

자기 돌봄의 시간

시로 위로 받는 순간

2학기 희망 신청 도서 목록을 작성하다가,

새로 발간된 따끈따끈한 신상 책들의 제목을 훑어본다.


쇼핑은 늘 즐거운 일이지만,

특히나 책을 사는 일의 설렘은 무엇과도 비교하기가 어렵다.


끌리는 책 제목들은 그날 그날 내 기분과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문득 책을 훑어보다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오늘 내가 끌렸던 책은

나태주님의 "너무 잘 하려고 애쓰지 마라."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저 제목만 들어도 행복하다.

마음의 끌림에 따라, 시인님의 다른 책들 제목을 살펴본다.

그 중 눈에 띄는 제목 하나.

"자기 돌봄의 시"


어른에게도 돌봄은 필요하다.

교사가 된 이후로 늘 학생들을 돌보고, 자식을 돌보고, 가정을 돌보며 지내왔지만,

내가 나 자신을 돌본 시간이 얼마나 될까 반문해본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돌보고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도 고민해본다.


돌이켜보면, 시를 읽는 순간 만큼

마음의 위로가 되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신체적 아픔은 약이나 주사로 치료가 되지만

마음의 아픔은 무엇으로 치료해야할까.


마음 돌봄과 감정 조절, 정신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이후로는

바쁜 하루 속에서도 잠깐이라도 '마음 챙김'의 시간들을 가지려 한다.



* 윤동주 님의 시를 한 편 적어보며, 오늘도 내 마음을 돌아본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의 호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여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담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 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 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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