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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Sep 17. 2022

내일 뭐 하지?

<말하는 대로> 가사 필사와 그에 관한 자의적 해석

한껏 늘어지고 싶은 토요일 아침.

느지막한 아점을 먹으며, 음악을 선곡해 본다.

비도 적당히 내린 아침 공기 속에서, 적당히 감성에 젖을 만한 노래.

오늘 내 마음의 선곡은 유느님의 '말하는 대로'였다.

역시 노래 가사를 음미하는 방법으로는 가사 따라 적기가 최고인 듯.


# 나 스무 살 적에 하루를 견디고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걱정을 했지~

두 눈을 감아도 통 잠은 안 오고, 가슴은 아프도록 답답할 때

'난 왜 안되지, 왜 난 안되지~' 되뇌었지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았지

믿을 수 없었지~

맘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거짓말 같았지. 고개를 저었지.


그러던 어느 날 내 맘에 찾아온

작지만 놀라운 깨달음이

내일 뭘 할지, 내일 뭘 할지 꿈꾸게 했지~

사실은 한 번도 미친 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봤지. 일으켜 세웠지, 나 자신을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단 걸

눈으로 본 순간 믿어보기로 했지~

맘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할 수 있단 걸

알게 된 순간, 고갤 끄덕였지.

그땐 몰랐지.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에게로 가.

주변에서 하는 수많은 이야기

그러나 정말 들어야 할 건 내 마음속 작은 이야기

지금 바로 내 마음이 말하는 대로~ #


오늘의 노래를 감상하며 가장 마음에 다가온 구절은
"내일 뭐하지?"라는 질문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언제 이 질문을 해 봤을까.
그저 하루하루의 단편적인 스케줄이 아니라,
내 앞에 펼쳐진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어떤 시나리오를 펼칠지, 어떤 연기를 해볼 지에 관한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질문을 해 본 적이 과연 있었을까.

공무원으로 임용된 이후로 벌써 15년가량이 흘렀다.

이 시점에서 만약 퇴직을 하고, 여자 나이 40대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겠지만,

오늘 이 노래로 인해,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펼쳐본다.


'내일 뭐 하지?'라는 기대와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기에 마흔은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누가 내게 대답해줬으면 좋겠다.
그저 살아지는 대로 또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알 수는 없지만, 언제나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나만의 무대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댄다.
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꿈꾸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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