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40분. 추분이 지난 뒤로 완연한 가을 날씨가 지속된다.
고층으로 이사 온 뒤로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언제나 하늘과 가까이 있어 하늘의 민낯을 아침 저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늘은 언제나 투명하고, 진실하다. 떠오르는 태양빛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에는 깊은 밤 별빛이 더욱 또렷하고, 과학책에서 배운 별자리가 놀랍게도 똑같이 자리하고 있다.
일출과 일몰, 그리고 밤 하늘의 별빛을 바람보며 매일 상념에 잠긴다.
오늘 아침, 힘차게 떠오르는 햇빛과 온 하늘을 가득 채운 햇빛의 잔상을 보며 드는 떠오르는 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지금 제2의 인생을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 중이다.
생각만 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옳겠다. '시도'를 한다는 것은 적극적인 의지라기보다는 여기에도 살짝, 저기에도 살짝 발만 담갔다가 빼는 소극적인 행위였다. '그래, 나는 이것도 해봤고, 저것도 해봤고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어.'라고 스스로 자기변명을 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자기 합리화는 더욱 무서운 상태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시도조차 하지 않고, 본연의 자리에 충실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본다.
그럼 이쯤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
나는 제2의 인생을 위해 무언가 시도는 한 상태이지만, 제대로 된 '시작'을 한 것인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또한 시작을 했으면 끝을 봐야한다는 말도 있다.
적어도 인생을 걸 만큼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을 시작함에 있어, 시작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늘 아침 내가 바라 본 떠오르는 태양의 기세처럼,
일단 떠올랐으면, 그래서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으면, 아름답게 저물어 갈 때까지 찬란하게 빛나며 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생각에 이어서, 내가 시작하고 벌여놓았지만 끝내 마무리 못했던 수많은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아쉬움이 들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도 들지만,
중요한 것은 아직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하거나 사소하거나, 어쨌든 시작한 일들에 있어 책임감 있게 마무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마무리를 잘 하는 사람이야말로, 칭찬받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아직 끝내지 못한 많은 일들을 떠올리며, 내일도 다시 뜰 태양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