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밤, 산 아래 공연장에서

제1회 발라당 페스티벌을 다녀와서.

by 은비령

발라당 페스티벌이라는 공연을 다녀왔다. 가을 아닌 겨울 같은 가을 밤의 어느 쌀쌀한 밤공기를 마시며. (그러고보니 가을과 겨울은 초성 자음은 동일하다. 그만큼 가까운 사이인가보다)


원래 이 공연을 예매한 목적은 오로지 '박정현'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서였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한참 빛이 났던 그 시절에, 내 인생의 bgm에는 정현언니가 있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가창력이 훌륭한 발라드 외에도, 정현 언니의 밝고 통통튀는 요정같은 목소리를 담은 노래 중에는 아주 따뜻한 음악들이 많아서, 듣고 있고,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위로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데 2박 3일 간 이어진 연속적인 발라드의 행진 속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행복하고, 위로되는 발라드 음악들이 많음에, 잊고 있던 음악적 감수성이 살아난 듯, 마치 심폐소생술 받은 것마냥, '다시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했고 짜릿했다.

공연을 다녀 오지 않은 분들을 위해, 짧게 소개해보면서 이 날의 기억을 회상해보려한다.

공연이 이뤄진 장소는 병풍처럼 원 모양으로 둘러쌓인 산들 사이에 안락하게 자리한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마치 피크닉을 온 것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돗자리를 깔고, 간단한 주전부리를 먹으면서 관람할 수 있었다.

때로는 공연 제목처럼 '발라당' 누워서, 때로는 무릎을 감싸안고 내 몸을 웅크리며, 때로는 옆 사람과 손깍지를 끼고 사람인 한자 모양처럼 서로에게 기댄 채로. 아이를 양반 다리에 앉힌 채 감싸안은 엄마의 모습도 있었고, 허리를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작은 캠핑용 안락의자에 앉아 편안히 휴식하는 자세로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공연장이 주는 답답함과 공연장에서는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강박감에서 벗어나서, '이렇게 편하게 공연을 봐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했다. 20분 간의 휴식과 40분 간의 공연으로 다양한 가수들의 릴레이식 콘서트가 계속됐다. 대략 아래와 같은 라인업이었다. (이것은 25일의 라인업이고, 그 외에도 금,토 공연이 더 있었다.)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고, 아름다운 산 아래 공연장에서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만 빠진 채로 하루를 보냈다.

특히 내가 잘 모르던 '오존, 적재, 김재환' 님 등은 정말 매력적이었고, 팬 1일차라고 선언하고 싶을 만큼 모두가 훌륭한 공연을 펼쳐주셨다.

핑크빛 상의를 입고, 통기타를 맨 채로 두 발로 통통 튀듯 뛰어다니며 공연하던 오존 님은 너무나 귀여웠고, 모든 노래가 다 아티스트다웠다. 공연을 하려는 의무감이 아니라, 진짜로 음악이 너무 좋아서, 그 자체로 즐기는 느낌이어서, 감동스러울 지경이라고나 할까.

배우처럼 잘 생긴 외모에, 촉촉한 눈빛, 감미로운 목소리를 가진 적재님과 김재환님도 녹아드는듯한 부드러운 노래를 선사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가장 새로운 발견은 '적재'님이었다. '별 보러 가자'라는 노래를 너무 좋아하고 애정하는데, 그 곡의 원곡자가 이 분인 줄 몰랐다는 게 미안하더라. 유명 가수 아이유의 기타리스트로서 출발했지만, 어엿한 싱어송 라이터이자 매력적인 기타 치는 가수로 성공한 적재님. 정현 언니 만큼이나 따라다니고 싶은 팬심을 갖게하는 가수였다.

알리님이나 이무진님, 윤도현님, 백아연님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든 명가수들의 목소리가 하루 종일 울려펴진 하루는 그야말로 로맨틱함 그 자체였다. 페스티벌이라는 게 별거 있겠는가. 화려하게 보여지는 마술쇼나 격한 춤사위가 없더라도, 잔잔하게 울려퍼지는 통기타와 중후한 베이스음색, 그리고 리드미컬한 드럼과 청아한 바이올린, 그와 어우러진 건반의 화음, 거기에 식탁의 완성처럼 올려진 가수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황홀한 하루였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모든 근심 걱정은 잊은 채로,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발라드와 함께 한 하루는 음악의 힘으로 치유받았던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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