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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Dec 12. 2022

떡볶이에 대한 소고

살고싶어서 떡볶이는 조금만 먹으련다.

한때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유행처럼 인기를  끌었었다.


이처럼 직설적이고 본능적인 심리를  드러낸 제목을 보지 못했다고나 할까.


대개의 국민들에게 떡볶이란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이자

힘겨운 일상에 대한 위로였고

우울한 기분을 잊게해주는 치료제였으리라.

또 누군가에게는

친구와의 편안한 시간이었고

연인과의 소박한 밀애이기도 했으리라.


길거리 음식이면서 어느 동네에나 하나둘 쯤은 존재하는 국민음식인 동시에

슬프고 화나고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특유의 매콤달콤한 자극적인 맛으로

마비시키는 환각제이기도 했다.


이러한 떡볶이의 의미 때문인지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작가의 외침은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인지 모르지만

떡볶이에 손이 잘 안간다.


어느새 1인분에 4000원으로 오른 가격부터가 멀게 느껴지고

오징어나 문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갔다는

고급 떡볶이들은 왠지 모르게

순수한 떡볶이와는  다른 음식 같다.


결정적으로

맵고 자극적이라 위에 부담스러운

이 음식을 매일  먹기에는

내 위장이 너무 늙어버렸다.


하~아.


언제부턴가

뜨끈한  해물탕이나

깊은 맛이 나는 아구찜

담백한 광어회나

기름기 없는 등심 같은 음식들이

더 땡긴다.


 이러한 변화는

나에게만 일어난  일인가?


아무래도 이제는

살고 싶어서.

떡볶이는 아주 가끔

힘들어 지치는 순간을  위하여 아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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