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놓여진 길

9월

by 유희경

9월의 마지막 날


어제에 이어 아리스 인 보더랜드를 보며 집에 왔다.


시즌3에서 키워드는 조커.


아리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조커의 대사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보아라

저것이 죽음이다


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면 너는 죽는다


저쪽에는 삶이 있다

삶에는 많은 시련과 고통이 있지


하지만 흐름에 몸을 맡기면 죽음은 자연스럽게 찾아와


넌 뭘 선택하겠나?


결국 누구나 이곳으로 온다


여기는


삶과 죽음, 그 틈의 세계다


네가 삶의 세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수십 년 안에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어


마지막에는 모두 죽음으로 향한다


그래도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나?

고통에 몸부림친다 해도?


- 아리스 인 보더랜드 중





9월에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떠났다.


막내이모와 대도서관이다.


사실은 대도님은 나와 어떠한 관계가 없지만 오랜만에 찾아본 옛날 영상을 보며 나의 20대가 생각났다.


이제는 오랜만에 찾아가서 그를 볼 수 없다는 현실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막내이모는 말이다. 성인이 되고서 아니 어느 새부터 이모와 연락이 없던 나였기에 아직도 어디선가 살아있다고 느꼈다.


이모의 부재가 실감 나지 않았다.


이모가 하늘나라로 가서 슬프지만 가깝고도 먼 친척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병실에 누워 있던 이모모습이 생각나더니 나와 닮지 않다고 생각했던 이모가 말이다


그 야윈 얼굴에서 엄마의 모습이 보이고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이모와의 거리 두기를 하고 있던 거였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마자 나는 길거리에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남의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길을 걸었다.


그제야 나는 이모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둘 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렸다.


인간은 누구든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나는 이번 달 내내 바늘로 잠을 깨우듯 깨달았다.


내 친구들도 내 가족도 물론 나도 결국 죽는다.


의식하지 않고도 우리는 들숨 날숨 생과 사를 오가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어릴 때 흘려보낸 시간을 아쉬워하기엔 현재의 나는 너무 젊고 인생은 짧다.


인생의 생애주기라는 흐름표에 벗어났다고 슬퍼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거.

한번 시도해 보는 것 만으로 삶의 충만함을 느낀다.


현재를 살아라.


나의 9월은 그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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