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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Dec 22. 2020

진짜 결혼 이야기, 영화 '결혼 이야기'

결혼생활의 권태기를 앓고 있다면, 지금 당장 봐야 할 영화


* 작년에 올렸던 포스트를 그대로 다시 올립니다.


애가 없으면 신혼이라는데, 결혼생활 5년 차에 접어들자 내가 선택한 이 삶의 모양이 최선이었을까 하는 물음이 종종 마음속에 올라오곤 하던 차였다.

왠지 결혼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에 생기 있었던 나는 사라지고, 지루한 나만 남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나이와는 관계없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선택하고 할 수 없는 운신의 제한에서 오는 답답함이었다.



로맨틱 코미디의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라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해볼까 하면서 넷플릭스를 틀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으로 나온 새로운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업데이트되었다.



여자의 머릿속엔 그녀의 고향인 LA가, 남자의 머릿속에 그의 터전인 뉴욕이 자리 잡고 있다.



'결혼 이야기'라는 영화였는데, 남자 주인공도 어느 영화에선가 인상 깊게 봤던 터였다. 젊은 부부의 이혼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해서 고민 없이 플레이를 눌렀다. 왠지 지금 내 마음의 답답함을 영화에서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어제저녁, 이 영화는 완벽한 선택이었다. 






(극 중 주인공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배우의 이름을 적는다.)

스칼렛과 아담은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부부로, 아담은 연극 제작자로 스칼렛은 배우로 만났다. 극은 그 둘의 이혼 과정 중 상담을 받으며 서로의 장점을 적어 내려 가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제삼자 없이 둘만의 합의를 거쳐 원만하게 이혼하려던 그들은 각자 변호사를 선임하며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도 지극히 이성적으로 서로를 대하던 그들이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쌓아왔던 모든 감정을 터뜨리며 서로를 바닥까지 모욕한다. 감정을 해소한 덕분인지, 다시 차분해진 그들은 영화 초반에 서로가 적었던 서로의 장점에 대해 적었던 노트를 우연히 발견하여 읽게 되고 회한에 젖은 얼굴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회피하는 시선과 멀찍한 거리로 알 수 있는 마음의 거리



그들의 이혼 사유는 극적이지 않다. TV에서 연극으로 무대를 옮겼던 스칼렛은 승승장구하는 남편으로 인해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현재 사는 뉴욕이 아닌 자신의 고향인 LA로 거처를 옮기자는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남편으로 인해 소외감을 느낀다.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고, 자존감도 하락하고 있던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마음이 떠나고 있던 그녀로 인해 남편은 오랜 기간 잠자리도 거부당하게 되고, 서로 그렇게 마음이 멀어진다.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수작인 이유는, 영화의 내용도, 배우들의 연기도 그 어느 것 하나 오버스럽지 않으면서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친구의 이야기 같고, 내 이야기로 와 닿았다.

영화에서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영화 초반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노트(서로의 장점을 적은)와 주연배우들이 노래 가사를 통해 전달하는데, 그 방식이 정말 세련되고 효과적이다.



아내의 선물이 완벽하다며 좋아하는 남편 (물론 과거의 이야기)


미혼인 분에게는 결혼의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깨고, 기혼인 분에게는 현재 배우자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영화이다. 아래, 영화를 보고 느낀 강렬한 느낌을 메모장에 적어두었던 것을 공유한다.









때로 사람들은 보고 싶은 면에 집중하느라 전체를 놓친다.

모든 것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한다. 

내가 보려는 의지에 따라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서로가 함께 있음으로 인해 서로의 장점이 장점으로 남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인생이 그들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었고, 그것은 그 누구를 탓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내가 불행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남이나 상황을 탓하는 것을 내 보호막으로 삼는 것은 너무 쉽다.


서로를 공유하고 서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자신 스스로도 모르는 음식 취향까지 알아내 서로의 메뉴를 대신 주문해줄 수도 있지만, 가끔은 서로의 성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서로의 욕구나 갈망을 모른 척하며 나의 삶의 방식을 무의식 중에 강요해서 상대를 서서히 질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만큼 기대하고, 기대한 만큼 질리게 되며, 질린 만큼 사랑하는 감정을 잊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서로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또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서지만, 서로의 조금의 어두운 면을 견뎌내지 못한다면 시련은 반복된다. 내가 불만을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이 딱 내가 바라는 그대로인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는 지루해 보일만큼 반복적인 이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함께 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설렘과 새로움을 느낄 수 없는 배우자에게서 사랑스러움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왜 서로를 선택했는지 그때의 느낌과 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인지라 잊는 것이 내재화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감사를 배우고, 나의 요구를 부드럽게 표현하고, 그의 요구를 민망하게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서로가 바라는 삶의 모습을 서로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하며 함께 성장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은 그 모습까지도 이미 사랑했기 때문에.



John Legend의 'All of me' 중에서
Loves all of you. Love your curves and all your edges.  All your perfect imperfections. 
영화 '천국보다 아름다운' 대사 중에서
We are seeing what we choose to see. Thought is real. Physical is the illu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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