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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지 Mar 03. 2021

사랑에도 돌봄이 필요하다, 데몰리션

감정의 신박한 해부

네이버 영화 발췌


넷플릭스 추천영화로 우연히 알게 된 '데몰리션'은 주인공이 제이크 질렌할이란 것을 확인하고부터 왠지 '명작'일 것이라는 감에 이끌려 확인한 네이버 평점이 8.43인 것을 보고 주저 없이 플레이를 누른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내 스타일에 꽤 괜찮은 영화였다.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장르에다가, 잔잔하나 지루하지 않은 스토리와 연기 덕분에.

그리고, 더 이상 로맨틱 코미디가 나를 크게 즐겁게 하지도 않고. (슬프도다...)






주인공인 데이비스는(제이크 질렌할) 교통사고로 함께 차에 타고 있었던 아내를 한순간에 잃은 젊은 금융인이다. 장인어른이 설립한 주식 거래 회사에서 일하고, 전면이 유리로 된 멋진 집에서 미모의 아내와 함께 살고 있던,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삶이었다.


문제는 아내가 죽은 직후, 병원에서 초콜릿을 사 먹고 아내가 부재한 텅 빈 집에 돌아와서 태연히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있는 이상하리만치 차분한 그의 감정이었다.




내 감정을 나도 모르겠는 그의 해결책, DEMOLITION!(파괴)


"If you wanna fix somthing, you have to take everything apart, and figure out what's important"

가전제품도 다 분해했다가 조립하면 웬만한 건 고칠 수 있듯이, 그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해 '결혼생활'을 분해하기로 마음 먹은 그는 고장났던 냉장고부터 시작해서, 끝내는 집 대부분을 불도저까지 이용해 부숴버린다.



진짜 나에 대해선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게 되는 아이러니

데이비스는 가까운 누구와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 출퇴근 하는 기차에서 만나는 낯선 타인에게 진짜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는다. 

"난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어요."와 같은.


아내가 죽은 날 병원에서 사먹으려던 초콜릿 자판기가 고장난 것에 대해 자판기 회사에 정성스럽게 항의편지를 쓰면서 진짜 자신의 현실을 털어놓는다. 


그러나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진짜 나를 얘기하는 건 '어딘가에 털어놓는다'는 자기 위안 외엔 아무것도 남는 소득이 없지 않은가?



밝혀지는 그의 감정의 실체

안방의 서랍장을 때려부수다 태아의 사진과 진료카드가 발견된다. 그들 사이엔 자녀가 없었고 진료카드의 날짜는 1년이 지나 있었다. 그만 모르고 그녀의 부모님까지도 알고 있던 진실은 바로 아내의 외도였다.


그는 비로소 깨닫는다. 

아내의 외도, 심지어 낙태까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자신의 무신경함이 이 결혼생활을 파괴하고 있었다는 걸. 


그리고 자신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사이엔 사랑이 있었으나 본인이 그것을 정성스럽게 돌보지 않은 것임을.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라던가)


"There was love between me and Julia. I just didn't take care of it."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데이비스가 장인어른과 나누는 대화는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백되는 진심이다. 








사랑엔 돌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작년 이맘 즈음 이사를 오면서 샀던 우리집 중대형 화분 세 개는 지난 겨울 혹독한 영하의 추위를 견디다 모두 말라죽게 되었다. 실내의 온기 가운데 충분한 햇볕과 바람을 주었어야 했는데, 안방 베란다에 쳐박아두고 돌보지 않은 결과이다.

식물도 섬세한 돌봄이 필요한데, 사랑은 말해 무엇하랴.





사랑의 시작은 쉽다. 

그리고 그 연애 초반 설레임이 편안함과 안정감으로 바뀌고, 이 편안함은 무관심으로 바뀌기도 너무 쉽다. 

무관심이 아닌 애착을 지닌 성숙한 사랑이 되기 위해선, 그를(그녀를) 끊임없이 궁금해 하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보내는 시간 가운데 의미를 찾으려는 무수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하나, 의미 있는 관계를 맺는 사람의 비결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what'이 아닌 'how'를 가까운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그리고 어떤 못난 모양까지도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끈끈함이 형성되기까지 끊임없이 서로 고백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의지.



이 영화, 관계에 대해, 사랑의 의미에 대해 한 번쯤 곱씹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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