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둘러보니 체감되는 '격세지감'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이렇게 마음으로 와닿았던 적이 없었다.
한 회사에서 쭉 10년 넘게 머무르고 있는 나는... '바보였다'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채널을 보고 나서!
구독자수 54만 명에 달하는 이 유튜브 채널에는 30대 사장님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들려준다. 식자재 유통, 부업으로 식테크, 스마트스토어, 라이브커머스, 지게차, 횟집, 실내낚시터 등 다양한 직업군의 '지금'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신선했던 것은 라이브커머스로 의류 파는 40대 주부 얘기와 식테크를 하는 국어학원 원장님 얘기였다.
홈쇼핑이 개인 SNS 채널로 무대만 옮긴 것 같은 라이브커머스. 같은 주부층과 편하게 라이브로 소통하면서 옷을 파는 그분의 말솜씨와 소통능력이 매출에 한몫하는 듯했다.
국어학원 원장님은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학원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식테크(식물 재테크)'를 시작했는데 적자인 학원 운영비를 충당하고도 남을 만큼 부업으로 매출이 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몬스테라'라는 식물이 돌연변이로 인해서 잎이 원래 색이 아닌 다른 색과 예쁘게 조합하여 나게 될 경우, 그 잎을 장당 30~50만 원씩 판매하는 것이었다. 떼어진 그 잎사귀엔 뿌리가 달려 있어 번식하면 또 자라난 잎을 떼어 팔 수 있다.
온라인으로 인한 시대 변화, 희소성과 취향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요즘 시대 트렌드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지난주에 만난 아는 오빠는 온라인 마케팅 회사의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요즘은 개인 브랜딩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손해 보는 시대라고 한다. 그의 아내는 아이 셋을 육아하며 인스타그램을 하는데, 팔로워가 3만을 넘는다. 그녀가 하는 인스타에 육아 관련 용품 광고 게시글을 실어 주는 대가로 회당 30만 원을 벌고 있다고 한다.
어제 만난 친구는 본인이 팔로워 하는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를 알려주었는데, 그분도 육아하는 일상을 인스타에 재밌게 올리다가 팔로워가 100만이 넘었다고 한다. 브랜드가 막강해지니 아이 옷 사업부터 다양하게 사업이 확장되고 있었다. 내 친구 왈, '옷이 정말 별로인데도 그 사람이 파니까 팔리더라.'
바야흐로 뭘 파느냐 보다, '누가' 파느냐가 문제인 시대이다. '기술' 보다 '감각'이 먹히는 시대.
'세상엔 이렇게 변하는 흐름을 읽고 다양하게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눈 닫고 귀 닫고 한 회사에서 10년을 다닌 나는 정말 바보였구나' 하는 생각으로 현타가 찾아왔다.
한 회사에서 10년을 다닌 것이 바보라는 것이 아니라, 그 긴 시간 동안 변하는 시대에 맞게 직업을 탐색할 생각과 엄두도 내지 않았던 내 모습이 너무 구시대적 인간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10년간 만족하면서 직장생활을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터에 가면을 쓰고 나가는 상황은 해롭다. 아무런 관계도 맺을 수 없고 아무런 기쁨도 느낄 수 없는 익명의 반복적인 일을 중심으로 조직을 꾸미는 일은 해롭다.
책 <린치핀> 중에서
지금까지 내 삶은 관성적으로 흘러왔는데, 마치 자율주행으로 자동차가 운전되어 온 꼴이다. 불만족스러운 삶임에도, 성취감이 채워지지 않고, 자아실현이 되지 않음에도 '나'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내 삶'에 대한 반성 없이 하루하루 자율 주행되어 온 것만 같다.
이제는 내비게이션에 정확한 목적지를 입력해야 할 때가 왔다는 직감이 든다. 회사에 있는 시간이 지루함을 넘어서 괴로워졌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능력은 인정받고 일 하지만 개인적 성장이 없고, 회사도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
'입사'보다 '퇴사'가 어렵다는데, 과연 '퇴사할 용기'는 아무나 갖는 것이 아니다. 준비된 자만이, 본인에 대한 확고한 자신이 있는 자만이 손에 쥔 패를 놓고 불안정성에 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 일주일이 넘게 '나'는 뭘 좋아하며 뭘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30대에 들어서 처음으로 해 보는 진지한 성찰이다.
깊이 있는 고민보다 실행력이 빠른 나는 벌써 네비에 목적지를 5번도 넘게 바꾸어 쳐 가며 쓸데없이 유료 결제를 남발하고 있다. (뭘 배워야 하기에) 나에겐 아무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 알아채는 '감각'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정말 감각이 있는 사람은 그저 감각이 있을 뿐만 아니라 감각을 발휘할 자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직감이 실로 뛰어나죠. 처음에 망설여진다면 일단 해 보고,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야' 하고 생각하는 분야에서는 손을 떼는 상황 판단력을 길러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다' 하는 감각이 점차 뚜렷해집니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화해서 분석할 줄 아는 냉철한 시각이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할 수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또 달라서 무엇을 잘하는지는 역시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해본다고 해도 고정관념 때문에 눈앞에서 일어난 현실을 객관화해서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던 일을 오히려 더 잘 해내는 자신을 보고도 그 사실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죠.
책 <일을 잘한다는 것> 중에서
일주일 간 고민해 보니...
내가 갖고 있는 패가 많지 않다. (당장 퇴사할 만큼)
가지고 있는 패도 깊이가 없다.
20대에 축적했어야 할 경험의 폭이 적다.
37, 조바심이 나는 나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지 않으면 또 알 수 없으니 글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나를 떠올리며 브런치에 부지런히 들르고, 평소에 관심 있었던 분야를 배워보기로 한다. 숨고를 이용해 견적 요청을 해 두었다. 내 경로 설정에 도움이 되는 목적지 찾기가 되길...
마음으로는 올해 안에 길을 찾고 퇴사하고 싶은데...
올해, 퇴사 가능할까? 그 물음에 <일을 잘한다는 것> 책은 이렇게 답변한다.
노력해서 어떤 일을 해내야만 훗날 산출될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므로,
노력의 결과 또한 마찬가지로 사후적입니다.
한 마디로... '닥치고 뭐라도 해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