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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Feb 11. 2019

꼬마화가와 길치 엄마의 여행 이야기

화가를 꿈꾸는 9살 딸과 디자이너 엄마의 여행 이야기

화가가 꿈이고 별명도 꼬마화가인 9살 딸.

그리고 방향 감각이 지독히도 없어 실제로도 길을 많이 잃고 헤매고 길치는 삶에서도 적용되는지 살아오는 과정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나.


감수성 많고 예민한 딸과 먼가 부족한 나와의 둘만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글을 쓰게 되었다.

잘 안 먹고, 안 자고 게다가 엄마 껌딱지였던 꼬마화가의 아기 시절, 참 힘들게 떼어놓고 일터에 나갔고 밤새 깨는 아이를 업어 재우던 그 시간들을 블로그 육아 일기에 풀어냈고 많은 위로와 공감, 좋은 인연 등을 통해 날 잃어버리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둘 만의 가정으로 독립하면서 더 이상 낡은 인연들이 얽혀있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진 않아 멈춘 게 5년쯤 된 것 같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이와 나의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단 생각이 부쩍 들었다. 아마 지금도 쏟아내고 싶고 위로가 필요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첫 글은 다음 주말 출발할 나트랑 여행 준비로 머릿속이 꽉 차 있어 여행 이야기로 풀어볼까 한다.




꼬마화가와 나의 여행..

대한민국 워킹맘, 보기만 해도 바쁜 일상이 그려지는 타이틀에 난 거기에 싱글맘을 더했고 재작년부터는 대학원생이라는 타이틀까지 보탰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공부해야지 하는 맘에 시작한 것이 그토록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몰랐었고 후회는 안 하지만 아이와의 시간이 부족해진 건 아쉬운 사실이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서울시내, 근교를 돌아다니며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고 학기 사이에는 국내, 해외로 여행을 다니고 있다.


지금도 다음 주 나트랑 여행 준비 중이다.


꼬마화가와 나는 거의 둘이 여행을 다닌다.

한참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친구들과는 여행 스케줄을 맞추기도 쉽지 않고, 선뜻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같이 가줄 싱글 이모도 없으니 우린 늘 둘이다. 게다가 아이의 예민한 성향도 한몫하고 아쉬운 소리 못하는 내 성격상 누구에게 같이 여행 갈까? 꺼내지 못함도 있다.


이런저런 상황에 맞춰 둘이 다니기 시작한 여행이 물론 처음부터 쉽진 않았지만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여러 번 여행을 다니다 보니 나름의 유의해야 할 것 등이 생겨서 기록으로 남기고 나도 다시 한번 새기기 위해 정리해본다.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떼장군과의 한판씨름

6살 여름, 제주도 여행에서..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부터 설렌 맘으로 신나게 집을 나선 딸은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엄마와 둘이 오니 너무너무 심심하다며, 이런 게 여행이냐고 투덜대기 시작했다. 다른 건 다 견딜 수 있어도 둘이기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는 건 정말 어쩔 수 없고 마음이 아픈 얘기라 그저 떼장군 (제가 부르는 아이의 강한 떼의 애칭?)이 물러가기 만을 바랄 뿐이었다.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의 맑은 물에 뛰어들고 나서야 본래의 웃음과 컨디션을 되찾은 아이는 다행히 여행 내내 최상의 컨디션과 성숙함을 보여주었다.


성숙함이라 표현한 이유는, 사실 식이장애가 의심될 정도로 밥을 안 먹고 편식의 끝을 달리던 아이.

본래 예민한 성향은 미각에도 빛을 발해 식감과 향 그리고 재료 등 하나라도 거슬리면 웨~ 하고 내버리곤 했다.

말라가는 아이가 안쓰러워 아이가 잘 먹는 걸로만 요리를 하여 입에 떠먹여 주던 할머니 덕에 그나마 정상적으로 잘 자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의 식이 습관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쓰고 싶을 정도로 할 말이 많다. 젖떼기에서부터 현재까지, 눈물부터 닦자.)

그런 아이가 여행 가면 스스로 밥을 먹고, 안 먹던 재료도 도전해보면서 여행을 통해 조금씩 성숙해졌던 것 같다.


떼장군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출몰하니 긴장을 풀고 유연하게 떼장군을 바라보고 곧 가려니.. 하고 맘 편하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주려는 노력을 하는 게 그를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떼장군은 늘 변화무쌍하다는 것 잊지 말자.

(요즘 떼장군은 삐짐공주와 연합하여 더 강해지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사실)


아이 눈엔 예쁜 아이템들. 내 눈엔 잡동사니.

반짝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여자들의 공통점이겠지만 아이는 아기 때부터 화려한 컬러와 반짝 거리는 아이템에 거의 열광하다시피 했다.

게다가 그런 것들은 작고 비싸지도 않으니 적은 돈으로 아이의 기분을 좋게 해 주기 위해 늘 사주던 것들이 이젠 여행이나 외출하면 사들고 오는 게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여행지... 특히나 관광객들을 유혹하는 예쁜 아이템들이 많은 곳.

기념품을 사달란 아이와 아.. 저것들이 또 집에 쌓이겠지 하는 나와의 안 보이는 기싸움.

그러나 마음 한 편에서는, 여기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집에 걸어두면 예쁘긴 할 꺼고 무엇보다 싸잖아.

그래 나도 여자였다.


결국 이런저런 기념품을 가장한 물건들을 사 오게 되고 캐리어에 꽉꽉 채울 수밖에 없게 된다.

무엇보다 그것들은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이라 피곤한 여행 끝 무거운 짐을 끄느라 파김치가 되고 사 온 것들은 집에 도착하는 순간 바닥에 굴러다니는 다른 잡동사니들의 면적을 넓히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힘들게 들고 온 예쁜 잡동사니들은 집에 와서 보니 예쁘지도 않더라.

나트랑 여행에선 꼭 자석 한 개와 아이가 좋아할 만한 것 한 가지만 사기로 결심해본다.


여행은 우리만의 시간

우리는 맛집 검색도 하지 않고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 맛집이요) 가는 과정이 힘들다면 유명한 관광지도 가지 않는다. 그런 곳들을 찾아 겪게 될 스트레스는 우리의 여행에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기는데 목적을 두고자 한다.


씻어도 수영장 냄새가 날 때까지 질릴 때까지 수영을 한다거나 컵라면을 끓여 먹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어주고 같이 잠드는 척을 한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면 잠시 맥주와 함께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일찍 잠든다.


평소에 일하고 공부하고 오면 아이가 자고 있거나 또는 자기 직전이라 씻기고 책 읽어주고 하는 것만도 시간이 부족해 후다닥 하고 잠들기 일쑤인데 그런 일상에서 벗어난 여유로움을 맘껏 즐기고 오는 게 좋다.


이번 나트랑에서도 처음엔 이런저런 투어를 계획했었으나 아침일찍부터 움직여 오후 늦게 돌아오는 단체 투어에 우리가 즐거울까? 생각해보았다.

떠오르는 이미지는 호텔 조식은 먹고 가야 한다며 아이를 일찍 깨울 것이고 씻어라 준비해라 잔소리를 하며 아이를 준비시켜 나와 단체가 간 식당에선 밥 먹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아이를 닦달할 것이다. 그리고 막연히 기다리는 시간엔 아이의 짜증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언짢아지겠지.

그래 그냥 우리끼리의 시간을 즐기자. 아이가 원하는 스노클링 투어만 하기로 했다.


연휴가 끝나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오니 일주일 후 그 여유로움이 너무 기다려진다.


여유와 안전

아이와 여행을 다니며 이 두 가지를 가장 염두에 두게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아이는 잘 안 먹으니 식사를 대신할 것들, 심심해할까 봐 장난감, 비행기에서 지루해할까 봐 아이패드 등등 다 챙기다 보면 꽉 찬 28L 캐리어에 큰 에코백 짊어지고 여권과 지갑이 든 크로스백까지 매고 작은 캐리어는 아이한테 끌리고 여행을 떠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짐을 들다 옮기다 내가 지치고, 아이가 더워 겉옷이라도 주게 되면 나는 진짜 짐꾼이 되어 여행 시작 전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가져간 짐들은 정말 손도 안 대고 가져오는 것도 많았기에 점점 짐을 줄이기 시작했다.

짐을 줄여 내 손과 마음에 여유를 주자 아이에게도 자연스레 여유로운 엄마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색연필과 작은 스케치북은 필수다. 그릴게 없으면 내가 너무 힘들어지기에..


그리고 안전, 아이와 둘이 해외에 나가면 가장 걱정이 되는 게 아이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야무진 딸이지만 한국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엄마를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무서운 일이기에 늘 예방장치에 대해 생각한다.


아이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고 전화를 받아야 하니 유심보다는 로밍을 한다.

유심을 쓸 때에는 영어를 잘하는 지인의 연락처를 대신 적은 팔찌를 채워줄 때도 있다.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만 만약을 대비해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하는 편이고 느슨해지면 안 되는 부분인 것 같다. 무엇보다 항상 같이 다니고 잠깐은 괜찮겠지? 하는 태도는 금물.



사실 둘이 떠나는 여행이 설레고 즐겁긴 하지만 걱정이 많이 되고 혼자 준비하다 보니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여행이 주는 의미에 대해 되짚어보고 조심할 것들을 챙긴다면 점점 더 둘만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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