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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Jan 05. 2020

새해 계획 없이 맞는 새해

순간에 충실하며 살기

이직 후 정신없이 적응하다 보니 연말이 지나고 새해가 된 지 벌써 5일 째이다.

연말이라 그런 건지 초저녁에도 불꽃놀이를 하고 화려한 전광판 쇼에 영동대로 카운트다운 행사까지 하는 걸 보며 연말이구나.. 했지 그렇게 연말도 새해 느낌도 딱히 나지 않는다.


매해 다이어트, 영어, 절약의 새해 계획 3종 세트 외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곤 했는데 올해 다른 이유는..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작년에 크게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작년에도 참 많은 계획이 있었고 나 혼자 세우고 실패하는 계획 외에도, 팀 분들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계획, 일도 공부도 개인적인 삶에도 다양하고 건설적인 계획을 세웠었다.

오래 다닌 회사를 옮길 때가 되었구나 싶어 하반기쯤 이직 계획도 있었고, 여름에 대학원 졸업을 하면 데이터 분석에 관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싶기도 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모든 계획을 뒤집어 버리는 일들이 줄줄이 생기게 되었고 그런 일들을 겪어 내며 삶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가족: 갑작스러운 아빠와의 이별

음악과 글쓰기를 좋아하고 술을 사랑하며 마음이 따뜻하지만 표현은 잘 못했던, 그리고 생각이 많아 그 생각들은 걱정으로 이어지고 그 걱정은 자식들에게 잔소리로 비치게 되어 자식들과(특히 큰딸인 나와) 갈등이 많았던 아빠.. 그럼에도 그런 풍류가의 성향을 가장 많이 닮은 나.. 우리는 가장 많이 닮았음에도 가장 거리가 먼 사이였고 거리를 좁혀볼 기회도 없이 아빠는 너무 갑작스레 떠나셨다.

언젠가 아빠가 더 나이가 드시면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거고 그때면 나를 믿어주시지 않을까.. 하며 막연히 먼 미래만 그려봤었는데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참 많이 듣던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많이 울기도 했고 남은 식구들을 챙겨야 한다는 책임에 담담하고 차분하게 아빠를 보내드렸지만 마음속 깊이 아쉬움은 아픔으로 남았다.


: 계획에 없던 퇴사..

작년에 이직 계획이 있긴 했었지만, 그것은 충분히 준비하고 나서의 이직이었다. 지원하기 부끄럽지 않게 많이 성장하고 준비하여 내가 되고 싶은 모습에 더 가까운 포지션으로의 이직을 꿈꿨었는데..

회사의 갑작스러운 희망퇴직 발표에 고민하다 남는 것보다는 주어진 시간에 더 많은 준비를 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희망퇴직 발표가 급작스럽긴 했지만 어쩌면 더 나은 상황이라며, 이직을 준비할 시간, 가족과 함께할 시간, 그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 없으니 제대로 쉴 시간, 그리고 또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한 돈까지 오히려 긍정적인 상황이었다.

쉬는 동안 뭘 하고 뭘 이룰까 그림을 그려보며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계획하며 퇴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퇴사 이틀 후 아빠는 쓰러지셨고 그 이후의 한동안의 시간은 흑백사진처럼 희미해졌다.


사람: 실망

아직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글로 쓰기 힘들다. 다만, 그저 가장 안전한 곳은 내 마음속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이 있다면, 멀어지는 과정도 있을 테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과정에 사람의 성숙함이 드러난다. 성숙하지 못한 인연들과의 마무리는 아주 썼고  아픔이 되었고    냉정한 사람이 되게 하였다. 아직 주위에 좋은 분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고 있고  감사하지만 아마 이전처럼 새롭게 사회에서 만난 인연에게 마음을 주는 일은 다신 없을  같다.


 외에도 집공사와 구직을 하며 겪었던 많은 일들이 있다.




지난 일이라 담담하게 쓰지만  모든 일들이 테트리스 하듯이 쌓여가며  일은 다른 일에 영향을 주고, 다른 일은  다른 일에 영향을 주며 정말 버텨낸 내가 자랑스러울 정도로 힘들었다.


가족, , 사람,  삶을 이루는  부분들이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며  흔들어 놓았던  해를 보내면서도 내가 정신을 놓지 않을  있었던 이유는..

물론 좋은 분들의 응원이 가장 컸고 그다음은,  모든 일들을  번에 생각하기엔 너무 힘이 들어 하루하루 버텨보자.  셈으로 버틴 것이었다.

하루는 한 달이 되고, 한 달은 1년이 되었다.


오늘 하루에 처리해야  일에 집중하고, 내가 할 일을 하다 보니 아픈 시간들이 어느덧 지나갔고 좋은 회사에서 새로운 팀분들과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

, 지난 아픈 인연들을 떠올리기보다 현재  옆에 있는 가족과 좋은 사람들에 집중하다 보니  마음은 이전보다  편안해진  같다.


올해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니, 순간에 집중하며 그렇게 살려고 한다.

이전처럼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지금 당장  옆에 있는 사람들,  내가 해야  일에 집중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보냈다 싶을  같다.


그래도, 계획은 아니지만 올해는 그저 아무  없는  해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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