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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Mar 10. 2020

꼬마화가;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에 푹 빠지다.

꼬마화가의 작품

평생 한 번이나 겪을까..

너무나 길어진 겨울 방학에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의 고민은 “집에서 아이와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이다.

이는 우리 집도 마찬가지지만, 다행히 아이에겐 요즘 다른 취미가 생겨서 하루 종일 시간 가는지 모른다.

강아지 산책을 같이 가자고 꼬셔도, 밖은 위험하다며 집에 있다 한다.


이유는,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준 “아이패드 프로”로 그림 그리기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작년, 9살 아이에게 사주기에는 너무 고가여서 고민을 했으나, 내가 너무 잘 쓰고 있기도 했고 아이가 원했던 건 “컴퓨터로 그림 그리고 싶어” 였기에..

아직 PC를 다루지 못하는 아이에게 태블릿을 사주는 것보다는 아이패드가 더 효율적일 것 같아 오래 쓸 생각에 큰 맘먹고 선물을 해줬다.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기 강좌도 있던데, 아이는 그저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이것저것 만져보며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평소 만화를 보는 시간 빼고는 색연필, 물감으로 그리고 아이패드로 그리고.. 하루 종일 그리고 만드느라 하루가 모자라다.


(아이의 그림은 창작도 있고, 틱톡이나 유튜브를 보고 따라 그린 것도 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간단한 삽화부터 시작했다. 나는 잘 모르지만 또래 조카도 이런 걸( ‘~ 해서 일어날 수가 없다.’) 그리는 걸 보니 초등학생한테 유행인 시리즈가 아닌 가 추측해 본다.


미래의 자신을 그렸다 함 (이런 걸 자캐라고 부르던데.. 음..)


이런저런 기능을 써보고 꽁냥꽁냥 하더니, 이젠 제법 그림 같이 그리기 시작했다.

화가가 꿈인 아이는 베레모를 쓰고 별을 바라보고 있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컬러를 다양하게 써보기도, 이렇게 단순하게 써보기도 하며 이것저것 실험해 본다.

색연필로도 꽤 다양한 그림들을 그려대는데 워낙 그리기를 좋아하니 아이패드도 금세 익숙해졌나 보다.


주인공은 대부분 아이 자신이다.

사다리를 타고 달을 바라보는 아이, 아는 분은 그림을 돈 주고 사겠다 바탕화면에 깔아 두셨다.

그 얘길 해주니 요즘 사춘기 비슷하게 와서 웃는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었는데, 오랜만에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볼 수 있었다.


가끔은 무서운 그림도 그려보고 싶다고 악마도 그리고, 어두운 그림도 그린다.

아이의 상상력과 구도가 신선하다.


그리고, 이건 오늘 작품.


밤새 행복한 꿈을 꿨다며 그걸 그려보겠다고 잠옷 차림으로 한참을 방에서 안 나오더니.. 아이패드 메시지를 통해 무심히 보내온 그림이다.


이런 꿈을 꿨었구나.. 행복했겠다.




난 그냥 그렇다.

부자라서 비싼 선물을 해준 것도 아니고.. “컴퓨터로 그림 그리고 싶어”라는 아이의 소원을 들어준 것이고 그걸 아이가 잘 활용해서 정말 뿌듯하다.


책이나 부모 강의에서 아이들 색감 길러주려면 12색 이상 사주지 말라고 할 때에도, 난 많이 봐야 세상에 어떤 컬러가 있는지 알지..라는 나만의 생각에 아끼던 150색 색연필도 아이에게 넘겼었다.

지금 그 색연필들은 다 몽당이 되어 있고, 주요 컬러는 여러 번 사준 적도 있다.

그걸 내가 갖고 있었으면 아직도 옷장 속 어딘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겠지..


아이가 객관적으로 그림을 잘 그리는지 아닌 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맘껏 생각하고, 표현하는 걸 즐겼으면 좋겠다.


오늘 오후엔 또 어떤 그림을 그릴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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