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치 Feb 25. 2019

꼬마화가와 길치; 나트랑으로 떠나다 #셋째 날

엄마와 9살 딸의 나트랑 여행기

아이가 기대하던 스노클링 투어를 하는 날.

9시에 픽업 오기로 해서 전 날 짐을 챙겨두고 아이를 깨워 일찍 아침 식사도 끝냈다.


수영복을 안에 입고 가야 해서 덜 마른 수영복을 드라이기로 말리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 날 수영장에서 같이 놀았던 8살 꼬마가 놀러 왔네. 


낯설기도 했을 텐데 누나와 놀겠다며 당당히 노크하던 아이. 귀엽다.

아쉽지만 우리는 스노클링 하러 가야 하니 3시에 만나자며 보내고.. 


마지막 소지품을 챙기던 중 여권이 필요한 가 싶어 투어 담당자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오잉? 분명 19일에 예약한 것 같은데 21일에 했다네. 

21일은 체크아웃하는 날이라 투어를 할 수가 없는데..

또 정신없었구나.  급한 데로 하루 당겨 다음 날 하기로 예약을 변경했다.


우리에겐 안 맞던 아이리조트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다음 날 가기로 했던 아이리조트를 가면 된다 달래어 그랩을 불러 아이리조트로 출발했다. 거리가 꽤 먼데도 6천 원 정도밖에 안 나오니.. 베트남 정말 물가 천국이다.


마침 환전한 돈도 다 써가고 해서 아이리조트 입구에서 환전하니 이제 갖고 있는 돈이 많아 걱정이 되는데 입구에서 직원이 한국말로 '귀중품!' 이런다. 지갑만 빼서 주니 까만 봉지에 넣네? 헛! 더 불안해.

그런데 자필로 내 이름을 적은 종이를 붙이고 테이프로 꽁꽁 밀봉을 한다. 일단 안심.


들어가니 사진에서 보던 녹색빛 미네랄 수영장이 보인다.

외국인 아저씨 고래가 다가오자 슬금슬금 피하는 아이


새로 산 튜브를 개시하고 싶던 아이는 바로 들어가 풍덩 했으나 더운 날씨에 더운물이 적응이 안 되는지 곧 나와 시원한 수영장에 가고 싶다고 한다. 나도 사진에서 본 듯하여 직원들에게 물어봤으나 어떤 직원은 위로 올라가라~ 어떤 직원은 아래로 가라~ 


미끄러운 언덕을 올라가니 좀 시원한 물이 있긴 있으나 물도 얕고 산 밑이라 나뭇잎과 벌레가 둥둥 떠다니는 물에 깔끔쟁이 딸이 들어갈 리가 없다. 게다가 미끄럼틀이 있는 걸 사진에서 봤으니 그곳을 찾아내시란다.


아이리조트는 머드 온천이고 아이가 머드를 싫어할까 미리 후기들을 보여주며 아이의 의사를 물어보고 가기로 결정했었는데 후기에서 나는 머드탕을 본 것이고 아이는 미끄럼틀을 본 것이다.


워터 슬라이드 표지판은 찾을 수 없고 직원들도 무슨 소리?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결국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별도로 워터파크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자체 안내 시설보다 후기가 더 낫다니..


워터파크 가기 전에 머드탕에 한 번 들어가자고 아이를 설득한 후 들어갔으나 20분 중 2분도 못 있고 다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쏟아지는 따뜻한 머드에 아이의 얼굴은 점점 찡그려지고 결국 떼장군이 출몰하여 아깝지만 머드는 묻힌 걸로 만족하고 나올 수밖에.. 아이의 연분홍 래시가드는 누리끼리하게 물이 들었다. 수영복까지 사달라 하겠구나.. 했지만 다행히 고압 샤워기로 뺄 수 있었다.


어디에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 머드


분명 여기 오면 즐거울 줄 알았는데.. 바닥에 모래가 반이라 모래 싫어하는 아이를 안고 옮기면서 그냥 호텔에 있을 걸 하고 어찌나 후회가 되는지..


추가 요금을 내고 전기차 타고 워터파크로 이동하니 키즈 풀이 나온다. 다행히 거기서 아이는 짜증을 풀어 주었지만 그랩이 와서 가는 길에 아이는 꽈당 넘어졌고 굉장히 예민한 상태로 숙소에 돌아오게 되었다.


파김치가 된 나를 달래 주던 333
힘드니까 룸서비스


아이는 기대만큼 못했던 아이리조트에서 억지로 놀다 지치고, 나는 아이 수발하느라 지치고..

테라스에서 룸서비스로 점심을 시켜 맥주 한잔과 함께 잠시 서로 힐링 타임을 가졌다.

(엄마는 맥주, 아이는 아이패드)


호텔 수영장이 최고지!

그래, 호텔 수영장이 최고였어! 둘이 뜻을 모아 2차 수영 돌입.

전 날 보다 뜨거워진 날씨에 한낮의 수영장은 사람이 없어 전세 내고 놀았다.


전 날 못 찍어 준 사진이 맘에 걸렸는지 엄마 수영하라며~ 사진도 여러 번 찍어주던 아이.

하지만 찍어준 사진들을 보니 그냥 아이가 찍어준 데 의의를 갖기로 했다.

수영장에 둥둥 떠 있는 사진은 이쁜 언니들만 찍는 걸로.. 눈물 좀 닦고..


너무나 파랗고 예뻤던 나트랑 하늘


아이와 물에서 호텔 놀이도 하고 튜브 던져 잡기 놀이도 하고.. 아주 신나게 놀았다.

좀 무리한다 싶게 놀아서 걱정이 될 정도였는데 너무 깔깔대고 좋아하기에 그 시간을 즐겼었다.


아이가 아프다

들어와 아이를 씻기고 좀 쉬려는데 아침에 그 아이가 또 놀러 왔다.

아이는 자기의 탭을 들고 와 영상을 보여주는데 그게 요즘 초등학생에게 엄청 뜨는 영상인가 보다.


둘이 침대에 앉아 한참 영상을 보고 있길래 나도 책 읽으면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가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게우기 시작했다.


많이 게운 건 아니지만 계속 속이 안 좋은지 올리는 아이..

마침 수도를 고치러 직원도 왔다가 보고 괜찮냐고 물을 정도..


음식 잘못 먹은 게 없는데.. 먹은 건 아침 점심 모두 호텔 밥뿐인데.. 

감기일까? 열도 없고.. 갑자기 아이가 토 하니 이런저런 걱정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놀러 온 아이는 마침 식사하러 가자고 아빠가 데리러 와서 가고 난 아이를 씻기고 에어컨을 끄고 일단 눕혔다.

좀 있으니 잠에 빠진 아이.. 원래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고 했었는데 아이가 아프니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옆에서 열을 재고 땀 닦아주며 저녁을 보냈다.


고정 자세로 자던 아이가 땀을 흠뻑 내고 편한 자세로 뱅글뱅글 돌며 자기 시작하자 그때서야 마음이 놓인다.

열도 없고 편히 잘 자니 테라스에 나가 이런저런 생각하며 조용히 저녁 시간을 보냈다.


타지에서 아이가 아픈 게 이런 심정이구나. 여태껏 씩씩하게 잘 따라와 줬는데 돌바닥에서 넘어지던 모습, 잘 놀다 들어와 급하게 토하던 모습들이 떠오르면서 항상 조심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싶었다.


아이가 일찍 잠든 덕에 혼자만의 시간을 맘껏 즐기고 자려는데 아이가 깬다.


깨서 하는 말이 "엄마 나 걱정이 돼. 그 남자애가 날 잊으면 어떡하지?" 

이런..이틀간 종종 놀았던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되었나 보다. 

아직 엄마한테 솔직히 이야기해주는 나이.. 귀엽구나.


"내일 또 놀러온댔으니 그때 연락처 받아서 연락하면 되지~ 엄마가 말해줄게" 하니 안심하는 표정으로 

다시 잠든 아이..


다음 날에 스노클링 투어를 가야 하는데 아이가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욕심부리지 않고 아이 컨디션에 맞춰야겠다.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데 도마뱀이 벽을 타고 지나간다.

이 방에 우리뿐만이 아니었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꼬마화가와 길치; 나트랑으로 떠나다 #둘째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