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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Feb 26. 2019

꼬마화가와 길치; 나트랑으로 떠나다 #넷째 날

엄마와 9살 딸의 나트랑 여행기

드디어 스노클링 투어를 하는 날이다.

아침에 어제 아팠는데 스노클링 할 수 있겠니? 하고 물어보니 하고 싶다는 아이..

마스크도 사고 엄청 기대했었으니 취소하면 서운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어제 물놀이하다 지쳐 아파서 그런지 물에는 들어가기 싫다네. 스노클링 하면 바다에 들어가야 한다니 잠시 고민하더니 그래도 하고 싶다고 해서 가기로 결정했다. 


9시 반에 픽업 오기로 했으니 전 날처럼 빨리 일어나 식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 그 꼬마 아이를 또 만났다. 아이는 아침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고 우리는 돌아가는 길, 얼른 먹고 놀러 갈게~ 하던 그 아이는 정말 5분도 안 되어 방에 놀러 왔다.


누나랑 놀고 싶어 과일 두 개만 먹고 왔다는 아이..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된 우리 아이의 얼굴이 밝아진다.

아이는 이번에 개통한 휴대폰 번호를 적어주고 그 아이가 불러주는 번호를 적는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하는 말이.. "나는 우리 엄마랑 번호가 똑같아~"

이런, 엄마 전화번호인가 보다. (역시 서울에 와서 아이가 보낸 카톡에 대답이 없다.)


9시에 키즈 센터가 문을 열어 픽업 올 때까지 놀겠다며 아이들은 키즈 센터로 갔다.

그 꼬마 아이는 오늘 간다던데.. 돌아오면 없을 텐데.. 노는 뒷모습이 짠하다. 

투어 계획이 없었으면 더 놀게 했을 텐데..

아이들은 아이답게 놀 때 가장 예쁜 듯하다



스노클링 투어 출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예뻐 픽업을 좀 늦게 왔으면.. 했으나 거의 정시에 도착하신 현지 가이드.

날씬하고 군살이라곤 없는 운동 많이 하신 듯한 할아버지셨는데 오시자마자 아이의 손목을 덥석 잡고 씩씩하게 큰길을 건너셨다. 역시 현지인. 나트랑에서 나름 가장 넓은 4차선 도로인데.. 성큼성큼 건너신다.


길을 건너니 젊은 청년들이 기다리고 있고 정말 수건 한 장 없이 몸만 온 간단한 차림이 부럽다.

나는 아이가 추울까 비치타월에 스노클링 마스크 두 개에 아이 안경집부터 짐을 바리바리 들고 왔는데..


차가 세워져 있는 곳으로 가 차곡차곡 타니 자리가 한 자리밖에 안 남았다.

투어가 저렴하니까 이해하고 배 타는 곳으로 출발.


가입한 카페에서 투어를 신청한 거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 가격이 저렴한 게 의심스러웠지만 후기가 좋으니 일단 믿고 신청을 했었다. 어른은 10불, 아이는 5불.


이미 꽉 찬 사람들


타려던 배를 보니 이미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더워서 무릎에 앉지 않으려는 아이부터 앉히고 모서리에 앉으면서 금방 가겠지..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아이를 아쿠아슈즈로 갈아 신기는 사이 구명조끼가 나를 빼놓고 배급되고.. 한 장도 남지 않아 혼자 조끼 없이 모서리에 앉아 가면서 싼 게 비지떡이구나.. 조금 더 알아봐서 좋은 데서 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슬금슬금 나다가 아예 대놓고 나는 담배 냄새..

선실에서 계속 담배를 피워대고 승객들도 뱃머리에서 담배를 피우니 그 냄새는 고스란히 앞에 있는 우리에게 왔다. 이미 한 개 남은 자리에 둘이 앉아 있는 상태라 자리를 바꿀 수도 없는 상태..


어른들은 참을 수 있는데 아이는 대놓고 나는 냄새를 너무 싫어했고, 결국 직원에게 말을 했으나 영어를 못 알아들어 할아버지 가이드를 모시고 온다.


아이에게 활짝 웃으시며 알았다고~ 하시더니 일단 선실에 있는 직원들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고 얘기를 하시는 것 같다. 냄새가 가셨다. 


그러나 또 피는 직원들과 승객들.. 아이의 짜증에 나도 정말 힘들어, 할아버지 가이드에게 다시 한번 부탁을 했다. 정말 미안한데 아이가 담배 냄새를 맡기 힘들어한다. 배 뒤에서 피게 해 달라.. 


그러더니 정말 멋지게도 그분이 "모두 들으세요! 담배는 2층에서만, 아래층은 금연입니다!" 하고 못을 박아주셨다. 2층에서 피워도 냄새가 조금 들어오긴 했지만 처음처럼 나는 것은 아니라 이제 아이도 조용해졌다.


담배냄새만 맡아도 폐암에 걸린다며 싫어하는 아이


한 시간쯤 배 타고 들어갔나.. 멀미도 올라오고 살짝 지쳐갈 무렵.. 첫 번째 포인트에 도착해 배 두 개로 나눠 타니 자리가 좀 한가해졌다.


세부나 푸켓에서 보았던 잔잔한 바다가 아닌 물살이 좀 세 보이던 곳이라 아이에게 들어갈 수 있겠냐 하니 하고 싶단다. 용기 내주는 아이가 예뻤다. 그래도 막상 물에 들어가려 하니 좀 무섭기도 해서 머뭇거리니 할아버지 가이드께서 나만 따라오라고.. 하시며 아이를 튜브에 태우고 다 데리고 다니셔서 정말 편하고 감사했다.  

날씬한 할아버지가 아이를 끌고 다니시고 나도 그 튜브를 가이드 삼아 다녔으니 둘을 끌고 다니신 것.


직접 보는 바닷속에 아이는 환호하고 정말 감동한 듯 좋아했다. 멀미끼에 출렁거리는 바닷속에 있으니 속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도 좋아하는 아이 모습에.. 그래 힘들어도 오길 잘했어~ 얼마나 큰 추억이 되었을까.. 싶어 뿌듯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가이드 분이 잠수하여 바닥에서 뭔가를 집어 오셔서 아이 손에 쥐어주신다.

아이가 평소에도 정말 조개껍데기를 좋아하는데 작은 조개를 하나 주어오신 것.


바닷속 구경하는 것도 신비롭고 멋진데 거기에 조개 선물까지 받으니 아이는 정말 기뻐했고 집에 가서 키울 거라며 손에 꼭 쥐고 있다. 그 와중에 저러다 조개를 떨어뜨리면 큰 재앙인데.. 하고 미리 걱정하고..


배에 올라가니 아이가 조개를 넣어야 하니 생수병에 바닷물을 담아 달래서 마침 물에 들어가려던 외국인에게 부탁을 하고 있는데 가이드 분이 오시며 한 마디 하신다. "저 조개 죽은 거야" 

그래 산거 가져갈 수도 없는데 오히려 잘 되었다. 일단 배 위에서 얘기하면 아이가 서운해할까 봐 (짜증을 받아 주기엔 장소가 안 좋다) 바닷물이 담긴 생수병을 주니 소중하게 조개를 담는다.


두 번째 포인트에 도착하기 전, 가이드 분이 빵을 손에 꼭 쥐고 있음 물고기들이 먹는다며 알려주신다. 마침 아이 간식으로 싸온 빵이 있어서 꺼내어 뜯으니 아이가 뺏어 먹고 또 뜯음 또 먹고.. 멀미는 안 하나보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아주 맛있게 빵을 먹고 물고기들을 위한 건 작게 손에 쥐었다.

할아버지 가이드는 옆에서 생수병에 스파게티면을 으깨어 넣고 흔들어 무언가 만드신다.


두 번째 포인트에 도착했다. 물살이 처음보다 세다.

들어가자마자 아이는 빵을 놓쳤고 물고기들이 뜯어먹는 걸 보지도 못한 채 빵은 저 멀리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아이 손에 아까 만들었던 생수병을 쥐어주자 물에 뿐 면들이 바닷속으로 흩어지며 물고기들이 먹는 장면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나름의 장관이었다.


5분쯤 지났나.. 아이가 올라가고 싶다 하여 올라가는데 먼가 따끔따끔한 느낌이 들었다.

올라가 물기를 털어내자 아이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하였고 (정말 정말 크게)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달려와 무슨 일이냐고 물을 정도. 해파리한테 쏘인 것. 직원들이 보더니 레몬을 가져오고 가이드는 얼음을 가져와 아이 팔에 문지르고.. 멀미할까 봐 소화제는 챙겼음에도 벌레 물린데 바르는 건 물 위에서 쓸 일이 있겠냐 싶어 두고 온 게 후회가 되었다. 정말 한참을 울고 한국 아저씨도 다른 쪽 팔을 얼음으로 문질러 주고.. 나도 많이 쏘여서 울긋불긋 한데 아이는 아무래도 피부가 순하다 보니 빨갛게 여기저기 부풀어 올랐다.


아프긴 하겠다. 

아이가 울어 시끄러울 텐데도 밝은 표정으로 나는 피부가 까매서 안 물린다고. 해파리가 하얀 피부를 좋아하나 보다고 농담하시고 아이 앞에서 강남 스타일 춤도 춰 주시고 굿 키드! 라며 엄지 척도 해주시며 아이 기분 풀어주시려 노력하시던 할아버지. 물속에서 아이 머리를 정돈해 마스크도 다시 씌워주시던 그 인자한 표정에서 진심으로 아이를 아껴주시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안 좋은 시설에 후회했었지만 그 할아버지 가이드 덕에 모든 불만이 눈 녹듯이 사라졌을 정도.


이제 물에 안 들어가기로 하고 아이는 진정이 되었는지 빵을 먹기 시작했고, 우리가 앉아있던 의자는 어느새 큰 식탁으로 변신하여 눈 깜짝할 새에 식사가 차려졌다.

하지만 나는.. 멀미에 우는 아이를 챙기고 났더니 더 속이 안 좋아 간신히 콜라 하나로 버티고 있던 상태라 그야말로 그림의 떡.


앞에 키 큰 서양 언니들은 어찌나 잘 먹던지 조끼 없이 물에 뛰어들고 역시 체력적으로 상대가 안된다.


베트남 그림의 떡


투어가 끝나고 도착했을 때까지 다시 호텔로 데려다주실 때까지 아이를 챙겨주시던 가이드..

아이랑 사진 한 장 남길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말 멋지신 분. 건강하세요~


네일케어 호사

숙소에 돌아와 씻고 예약해둔 네일케어를 받으러 Casa Nail & Spa로 이동했다.

가격이 저렴하니 아이도 키즈 네일 & 패디 하고 나는 네일은 케어만, 패디 젤 하고.. 이렇게 해도 3만 원이 안되니 베트남에서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잠시 해보고..

아이한테 엄마랑 여기에서 살까? 했더니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우리 가족은 어떡하고? 가족을 버리겠다는 거야?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떡해? 엄마는 가족의 가! 자도 꺼내면 안 돼."

헐.. 어찌나 단호하게 혼을 내는지. 죄송합니다. 뻘 소리 안 할게요.

좋아하는 녹색으로 네일케어 받는 중
흔들렸지만 아이 손발이 귀엽다


만족스럽게 케어를 받고 전날 못 간 맛있다던 식당에 가보려 하는데 갑자기 해파리에 쏘인 데가 따갑다 한다.

윽.. 또 연고를 놓고 왔네. 구글맵에서 약국을 찾고 걸어가는데 점점 더 멀어지는.. 

다시 돌아가고.. 그런데 약국은 없고 잘 못 왔나 다시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아이는 엄마는 왜 이렇게 길을 못 찾냐며 투덜거린다. 네이버 지도는 잘 보는데 구글맵은 어렵다. 앞으로 구글맵을 볼 때에는 생각하는 방향의 반대로만 가기로.


지도에 약국으로 표시되어 있던 곳은 귀금속 가게였고.. 다른 약국을 찾기 시작.

역시 반대로 생각해서 맵을 보니 길을 찾기 쉽다. 

밤에 시내 돌아다니는 것 좋아하는데 약국 찾는 김에 시내 구경도 하고 좋았는데 갑자기 아이가 숙소에 가면 연고가 있으니 돌아가자 한다. 아니야~ 해파리에 더 좋은 연고가 있을 거야. 하며 더 밤거리 즐기기.


꼭 다시 온다. 야시장.


그러던 중 마주친 야시장.

아.. 가고 싶다. 잠시 들렀다 갈까? 했으나 도끼눈을 뜨며 바라보는 아이. 


작은 약국을 찾았고 해파리에 쏘여서 따갑다 하니 연고를 하나 줘 발라주고 원래 가려던 식당으로 가는 길에 보통 인력거는 앞에 자전거가 있는데 반대로 자전거 앞에 사람이 타는 유모차 형태의 탈 것들을 갖고 계신 분이 타라고 엄청 꼬셨지만 우리가 가는 길을 우리도 모르는데.. 패스.


결국, 식당을 찾다가 눈에 보이는 예뻐 보이는 식당에 가고 싶다 하여 또 즉석에서 저녁 메뉴 결정.

그런데 스테이크 집이네.. 베트남 와서 스파게티 두 번, 스테이크 한 번 먹고 간다. 

회사 지하 몰에서 지겹게 보던 메뉴들.. 아이와 왔으니 감수해야지. 흑.. 

맛있었지만 베트남스럽지 않은 저녁 메뉴


숙소에 돌아와 마지막 날 밤이니 짐을 정리하는데 아이가 "엄마! 나 방금 도마뱀 봤어!!" 하며 소리친다.

사실 난 전 날 봤지만 신기한 척 호응해줬고 아이는 숨은 도마뱀을 찾는다며 여기저기 뒤져본다.

추억이 하나 더 생겨 기뻐하던 찰나 "나 서울 가면 도마뱀 키울 거야" "응?"


전엔 카멜레온을 키우고 싶다고 너무 졸라 알아보다가 먹이가 귀뚜라미 라길래 기겁하며 안된다 했는데..

도마뱀이라니.. 자연스레 잊히길 바래본다.


나름 하루 더 연장해 4박 있는 건데도 떠나려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 것 같고 아쉽다.

서울에 돌아가면 많이 그리워지겠지..


누워서 생각하던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천장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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