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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Mar 06. 2019

꼬마화가와 길치; 나트랑으로 떠나다 #마지막 날

엄마와 9살 딸의 나트랑 여행기

나트랑에서의 네 번째이자 마지막 아침이다.

나이가 들수록 정말 시간이 빨리 간다는 걸 느끼는데.. 이번 여행은 더 그랬던 것 같다.

4일 이란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후딱 지나갔는지..


안녕~ 에바손

아이가 깨기 전 모닝커피로 마지막 날 아침 즐기기


에바손 아나만다라.. 매일 바뀌는 6종의 샐러드가 날 기쁘게 해 주었던 곳..

마지막 날도 역시 훌륭한 샐러드 들로 굳이 다른 베트남 맛집을 찾지 않았어도 충분히 베트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는 땅콩 쿠키에 꽂혀서 밥을 아주 조금 먹고 배부르니 이제 쿠키를 먹겠다며.. 속내가 다 보이지만 평소 아침도 못 먹고 학교에 가는 거에 비하면 건강한 음식들을 조금이라도 먹었으니 쿠키를 가져다주었다.


마지막 날인데 리조트 안에서는 방과 로비, 수영장, 레스토랑 빼고 다녀본 데가 없어 가기 전 구석구석 다녀보기로 하고 산책을 나섰다.


와~ 로비만 지나도 다른 세상이구나.

우리는 그나마 저렴한 가든뷰로 했었는데 바다가 보이는 룸은 방은 못 들여다보니 모르겠으나 일단 정원이 너무 예쁘다. 그리고 바다와 연결되는 뷰도 예쁘고..


가든뷰와 차별되는 오션뷰 룸들 앞 정원



아이와 계속 감탄하며, 요즘 모델 부심 생긴 아이의 사진을 부지런히 찍어주며 다음에 나트랑에 다시 온다면 꼭 오션뷰에서 묵으리.. 하며 가는데.. 인피니티 풀이 보인다.


우리는 로비 앞에 있는 작은 풀로도 만족해서 이틀을 꼬박 놀았는데.. 이런~ 우린 연못에서 놀았었구나..

인피니티 풀도 다른 곳에 비하면 작은 편이지만 바다와 연결되는 그 뷰가 너무 멋져서 이건 좀 아쉬웠다.


작지만 자연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훌륭.. 여길 못 가보다니.. 


산책을 마치고 딱히 급한 일정은 없지만, 조금 쉬었다가 체크아웃을 했다.

체크아웃 중 아이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가 갑자기 레스토랑으로 뛰어가더니 빵 한 조각을 손에 쥐고 온다. 이런.. 조식 시간 끝났는데.. 뻔뻔하게 뛰어 들어가 빵 한쪽 들고뛰어나오는 아이에게 직원들도 할 말이 없었나 보다. 누가 뭐라 안 했어? 하니 그냥 쳐다보던데? 하며 물고기 포식시켜 주던 아이..


본인 한입 먹고, 물고기들도 떼주고..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들이 다 새벽이라 안 그래도 나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마지막 날 일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  카페의 투어 상품을 이용해볼까, 아니면 마사지받고 커피도 마시고.. 시간을 때워볼까.. 했으나 공항에 11시 간다 해도 그때까지 아이와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힘들 것 같아 저렴한 시내 호텔을 예약했었다.


시내 나들이 

그랩을 타고 하바나 나트랑 호텔로 이동. 

후기를 통해 가격 대비 가성비는 훌륭하나 중국인들이 많아 로비가 시끄럽고 담배 냄새가 많이 난다.. 정도는 알고 갔는데 역시! 담배 연기에 민감한 아이는 로비에서도 코를 쥐고 있다.


이른 시간이라 일단 체크인 후 2시에 키를 받기로 하고 아이가 스노클링 배 위에서 맛있게 먹었었던 빵을 사러 걸어 나갔다. 4일 동안 날은 점점 더워져서 꽤 한 여름 날씨였는데 아이가 너무 더워한다.


결국 중간에 나트랑 센터에서 쇼핑하기로 하고 간단히 구경, 먼가 베트남스러운 잡동사니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런 걸 사 와봤자 사는 사람은 여러 개를 사서 들고 와야 하니 부담이고 받는 사람은 그저 그런 걸 알기에..

아이가 정말 갖고 싶어 하던 고양이 도자기 하나와 완전 쓸모없어 보이는 마사지 기구 몇 개 사 왔다. 

소 뿔이라고 직원이 너무 강조하고 내 얼굴에 팔에 너무 문질러 대서 안 살 수가 없었다는.. (핑계)


마트에 가서도 요즘은 웬만하면 한국에서 다 구할 수 있는 데다가 딱히 베트남에 왔으니 뭘 사야겠어~ 하는 맘이 없었기에 아이가 엄마 좋아하는 거잖아 하며 골라준 핫소스 몇 개 집어 들고 나왔다.


그리고 나와 코너 돌아 빵집에 가 그 맛있다는 빵을 두 개 사고 더워해서 물도 먹이고 식당으로 출발했다.

(힘들게 걸어가 사온 빵은 아이 물 먹이고 그냥 두고 나왔나보다. 호텔에서 보니 감쪽같이 사라진 빵들..)

베트남 가정식이라고 깔끔하고 맛있다고 최근에 알려진 것 같던 촌촌킴으로.. 근처에 있어서 걸어갈만한 거리였고 이제 오토바이가 좀 익숙해져서 나름 리듬 타고 샥샥 피해 다니면서 길을 건널 수 있게 되어 크게 스트레스받지 않고 촌촌킴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작은 2층의 아기자기한 식당.. 가격이 어찌나 착한지 둘이 메뉴 3개를 부담 없이 주문했다.

가격에 놀라고, 밥 양에 두 번 놀라고, 맛에 세 번 놀라는 집, 촌촌킴!


호텔식도 맛있었지만 현지식을 좋은 가격과 분위기에 먹으니 먹음으로써 행복한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시원한 거 먹고 싶어 하던 아이와 2차로 근처 하이랜드 커피숍으로 이동.


우리나라 탐앤탐스 같은 분위기이다. 어딜 가나 커피숍 로고는 왜 다 동그란지. ㅎㅎ

역시 시원한 음료 두 잔 시켰음에도 4천 원도 안 하는 가격. 베트남은 물가로 일단 먹어 들어가는 듯!


야외석은 흡연 구역


다 좋았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은데 밖에 있단다. 아이 혼자 두고 가는 게 좀 그래서.. 게다가 짐을 놓고 아이만 데리고 가기도 불안해서 일단 참아봤으나 2시까지 버틸 자신이 없어 비상으로 갖고 다니던 무전기 동원.


사실 재미로 샀던 건데 여행 다닐 때 잘 쓰고 있긴 하다. 엄마와 잃어버리면 일단 무전기부터 켜기. 나도 아이가 안 보이면 일단 무전하기. 둘이 갑작스레 떨어졌을 때 우리끼리 정한 매뉴얼이다.


가깝긴 하지만 아이가 불안해할까 봐 무전기를 켰던 건데 민망하게 어찌나 무전을 해대는지... 민망한 질문은 무전기로 하지 맙시다~! 딸~


2시가 다 돼가 호텔로 가야 하는데 사실 어른이 걸으면 5분 거리인데.. 아이는 더워 걷기 힘들어하니 마침 길에 인력거 같은 게 있어 하바나 호텔을 얘기하니 5만 동 부르신다. 승객을 앞에 앉히니 시야는 뻥 뚫렸지만 뭔가 안전하진 않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가까우니 뭐.. 게다가 더운 날 너무 시원하고 재밌어서 아이도 계속 깔깔대고 순식간에 호텔에 도착했다. 최고의 선택이었다.


마지막 날 오후는 하바나 나트랑 호텔에서..

2시가 좀 안 되어 일단 짐부터 찾고 로비에서 기다리다 시간이 되어 키를 받으러 갔는데 방에 작은 문제가 있으니 15분만 기다려 달라 한다. 15분 뒤 가서는 또 15분, 그리고 또 10분.. 

우리가 일찍 온 시간까지 감안하면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린 셈인데 얌전히 기다리다가 마지막에 또 10분 기다리라니 컴플레인을 했다. 다른 방을 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안 된다고 죄송하다고 한다. 이런.. 슬슬 짜증이 올라오려 한다. 로비에서 아이는 몸을 베베 꼬고 짐 때문에 다시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담배 냄새는 계속 들어오고..


결국 미안한 표정으로 키를 가져오는 직원에게 받아서 올라갔는데, 객실이 있는 층 중 가장 꼭대기 41층이다.

음.. 가장 싼 방을 예약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문을 여니 넓은 거실과 방, 그리고 테라스..

오~ 스위트로 업그레이드해줬나 보다. 


41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뷰


좁고 어두운 에바손에 있다가 넓고 탁 트인 방에 들어오니 아이는 신이 나서 뛰고 정말 좋아한다.

호텔이 아깝지도 않냐며 자긴 마사지 안 갈 거라고 딱 못을 박는다. 사실 나도 더운데 돌아다니고 로비에서 많이 기다렸더니 지친 터라 그래~ 여기서 쉬자~ 하며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마침, 집에 아이와 한 살 차이 나는 친척 언니가 와있대서 집에 돌아가면 언니와 놀 생각에 들뜬 아이는 정말 언니랑~ 언니랑~ 하며 언니와 놀 계획을 얘기하느라 입에 언니 소리가 떨어지질 않는다.


순간, 엄마랑 여행 왔는데 언니 얘기만 하는 아이한테 서운해졌다. 그 서운함을 말하니 아이도 미안했는지 이제 언니 얘긴 안 할게~ 하니 또 나도 내가 속이 좁았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하바나 호텔 43층이 스카이 라이트라고 뷰가 좋아 사람들이 많이 가는 클럽? 같은 곳인데 아이도 입장 가능하대서 가볼까 했었으나 같은 뷰를 방에서 볼 수 있으니 굳이 갈 필요 없게 되었네.


룸서비스시켜 저녁을 먹고 공항 가기 전 조금이나마 아이를 재우기 위해 목욕을 시켜 재웠다.

금세 꿀잠에 빠지는 아이, 나도 좀 눈 붙이고 싶으나 둘 다 못 일어나면 대 참사가 일어나기에 테라스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혼자 만의 시간을 보냈다.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지고 멋진 야경에 솔솔 부는 바람에 아메리카노만 있으면 완벽했겠지만 아쉬운 대로 믹스커피와 함께 마지막 날 밤을 즐길 수 있었다. 다만 모기 밥이 되었을 뿐..

나트랑 마지막을 장식해 준 멋진 야경


원래 계획대로 시장 투어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겠지만 우리는 뭔가 잔뜩 사들고 들어왔을 거고 녹초가 되었을 거다. 아이는 잠시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고 나는 멋진 야경과 함께 한국에 돌아가 해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조용히 혼자 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시간이 되어 자는 아이를 아쉽지만 깨워 11시에 픽업 올 차량을 로비에서 기다리는데 위에 클럽 같은 게 있다 보니 술 취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클럽에 가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과 술 취해 체크아웃하는 내 옆에 딱 붙어 웃던 중국인 (직원이 옆으로 가라 하니 그때 서야 자리를 옮기던).. 아이랑 나는 정말 찰떡처럼 붙어서 긴장하며 픽업 기사를 기다렸고 다행히 정시에 와주셨다.


아쉬운 나트랑 출국 경험

공항에 도착하니 11시 반쯤 되었다. 슬슬 제주항공 줄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라 서둘러 줄을 서서 다행히 많이 기다리지 않고 체크인을 할 수 있었는데 분명 직원에게 창가 자리와 옆자리를 달라고 말을 하였고 직원도 다시 한번 확인을 하고 티켓을 받아 심사하는 데로 부지런히 갔다.


한참 줄을 서서 이제 출국 심사대가 코앞인데 아이가  "엄마 나는 7번에 앉고 싶어~" 라고 하여 , 티켓을 보니 정말 7A 길래~ 둘이 잠시 좋아했으나 뒤에 있는 내 티켓은 14A.. 

순간 망연자실.. 아이에게 다시 돌아가 티켓을 바꿔야 한다고 하니 다시 줄 서기 싫다고 우기기 시작한다. 밤에 자야 하는데 아이 수발은 누가 할 거며 7줄이나 뒤에 앉아 애가 탈 게 눈에 그려져 계속 나가자고 설득을 했다. 그리고 옆에 두 명이 동행이면 당연히 안 바꿔줄 거라고.. 겨우 설득하여 다시 제주항공으로 갔고 뒤에 서 있는 관리자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설명을 하니 해당 직원에게 말을 해준다. 그 직원이 달려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사과를 하였으나 흑.. 이미 세배는 더 길어진 줄..


그 뒤로 고행이 시작되었다.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와 시간이 겹친 건지 중국사람들이 몰려 줄을 서기 시작했고 2줄이 4줄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며 다리 아프단 아이를 업었다 내려놨다 하며 겨우겨우 줄을 서는데 다행히 직원이 오더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우리 앞줄부터 줄을 따로 세워서 먼저 들여보내 주긴 했다.


안으로 들어와 출국 심사 줄을 서는데 줄이 안 줄어 보니 우리 줄 심사대에 아무도 없네? 

좀 기다리니 여유롭게 돌아온 직원.. 시간은 흘러가고 다리는 아프고 피곤하고.. 원랜 12시 좀 넘어 들어가 라운지에서 아이 좀 재우고 쉬려고 했으나 결국 보안 검색대를 통과한 시간은 1시 20분쯤..

이렇게 줄을 서면서 생일을 맞았다.


녹초가 된 우리는 면세점을 들를 기운도 없고 일단 아이를 좀 앉혀야겠기에 탑승구 쪽 의자에 자리부터 잡고 남은 베트남 동을 환전하러 갔으나.. 환전소도 다 문을 닫았네.. 다음 베트남 여행 때 쓰는 걸로..


빨리 비행기에 타 쉬려고 줄을 서 탑승구를 나갔으나 비행기까지 가는 찜통 버스에서 또 하염없이 기다리고.. 

깜란 공항 새로 지어 참 깨끗하나 서비스 품질은 많이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


잠결인데도 사진 찍어달라던 곳


푹 자고 서울에 도착했고, 운전하다 졸릴 수 있으니 몬스터와 젤리를 사서 집으로 출발!

대충 짐을 풀고 오후 출근을 하여 생일파티까지 하고 새벽에 들어온 철없는 체력짱 나..


여행을 마치고..

떠나기 전 고민거리가 생겨 충분히 준비를 못하고 떠난 여행이었고 맘먹고 간 관광지에서 실망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는 베트남을 경험했고, 베트남 사람들의 예쁨을 받았으며 친구도 사귀었고 해파리 밥이 되었지만 난생처음 바닷속을 볼 수 있었다. 


아이를 낳고 처음엔 교육 욕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내가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것들을 아이는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이것저것 시켜보기도 했었으나 아이 옆에서 늘 케어할 수 없는 워킹맘 특성상 그런 것들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많이 보고 생각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도.. 


이제 다음 여행을 계획해야 겠다.




꼬마 화가에게..

작년보다 훨씬 더 의젓해진 모습의 꼬마 화가 덕분에 엄마 정말 편했고 낯설 수도 있는 베트남 음식을 먹으면서 엄지 척할 때는 정말 사랑스러웠단다. 수영장이 호텔이라며 큰 덩치의 엄마를 물속에서 끌고 다니며 호텔 이곳저곳을 설명해줄 때도 정말 귀여웠고, 아파서 기운 없을 땐 마음이 너무 아프기도 했어. 

그래도 즐겁게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이제 엄마와 꼬마화가 둘 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열심히 학교 생활하고 5월쯤.. 여름 여행 계획해보자~!

늘 사랑스러운 딸,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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