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노트]
2017-2018년 발매한 12곡의 가사에 대한 이야기를 연작 형태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발매 당시 앨범 소개글에 기초한 글입니다. 아홉 번째 트랙은 <바람길>입니다.
<바람길>
기차는 멀어지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누워있는
이 말은 꼭 해야 했는데
어눌한 내 입술은 꼭
다른 말을 하더라
어딘가로 가긴 가야지
젖은 내 신발을 말려야 하니까
멈춰 선 나의 발걸음은
무수한 바람 앞에 선 풍향계 같아
어느 따뜻한 실내에서
한쪽이 기운 식탁 앞에서
졸린 내 두 눈이 감겨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도
너는 선뜻 보이질 않네
해야 하는 말이 있는데
어색한 내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더라
졸린 내 두 눈이 감겨올 때까지
고요한 새벽이 다가올 때까지
- 노래 듣기 -
https://youtu.be/JWh4b7nhfN4?si=OIn3KM5v93EOSzub
어느 소도시의 기차역 플랫폼을 떠올려봅니다.
떠올릴 때마다 기차는 떠납니다.
기차는 작아지고 멀리멀리 뿌옇게 사라집니다.
내가 기다리는 건 언제나 떠나버린 기차입니다.
승강장의 먼지가 방향 없이 아른거립니다.
시간은 앞으로만 가고 기억은 뒤로만 운행합니다.
아무것도 탈 수 없는 기차역에서 멀어질 수도 없습니다.
얼떨결에 들어간 구내식당 테이블은 수평이 맞지 않고 끈적거립니다.
성냥불을 그으면 뉘엿뉘엿 해가 눈 속으로 저물어갑니다.
눈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track#0 카세트테이프
track#1 늙은 개의 여행
track#2 하얀 방 안에서
track#3 까만 그림
track#4 혼자 듣는 노래
track#5 273
track#6 빅뱅이론
tracK#7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track#8 날씨 때문에
(now) track#9 바람길
track#10 언제든 슬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track#11 깨진 빛
tracK#12 타고난 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