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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파이

by 황인경

오늘 화분 하나가 말랐다

아찔한 마음은 어디에 펼쳐야 하나

어제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


어느 골목의 담 사이

하루를 말아서 피운다

연기가 별빛을 흐린다

꿈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나와 함께 나란히 걷는다

그렇게 비루한 일이 또 있을까

길만 달리는 기분이다


어린 시절의 가능성이

펜 속의 잉크처럼

아주 천천히 말라간다

이 펜들을 다 사용하긴 어렵겠지


가끔 고양이가 지나간다

이 골목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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