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약속하면 절대 안 되는 거 알아?
거기는 출구가 200개는 되거든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행여나 비라도 오는 날이라면
이쪽 출구에서 저쪽 출구로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거야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운이 나쁘면 미궁 속에 영영 갇혀버릴지도 모르구
마사카!
일본 사람들 능숙하게
거미줄 위를 미끄러지듯 걷지만
사실 내가 그렇게 보는 걸지도 모르구
다들 길을 잃은 건지도 몰라
어둡고도 밝은 이곳에서
광원과 그림자의 랜덤박스 안에서
각자의 바지를 입고
아무래도 비가 오는 날의 신주쿠니까
(신주쿠역에서 만나)
내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후회스러운지
아는 한자를 더듬거리며 생각하고 있었어
나는 신주쿠역에 있지만
절대로 신주쿠역에 도달할 수가 없었어
나는 이곳을 영원히 헤맬 거야
라고 생각이 미치자 묘한 안도감이 나를 찾아왔어
약속에는 못 가더라도 도넛가게나 주스 파는 곳은 즐비하니까
(신주쿠역에서 만나)
그러니까 음 약속을 하긴 했던 건가
나는 갑자기 헷갈려졌어
내가 꾸는 꿈이라는 게 꼭 그 모양이야
불협과 무작위의 발판 위에서 춤추며
왜 꼭 그런 꿈은 리드미컬하게 나를 찾아올까
지금은 몰라
어느 때가 되면 어느 출구로든 나가게 될지도 몰라
얼룩거리는 빛을 두 눈에 묻힌 채로
도넛 파우더와 주스를 입가에 묻힌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