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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장례식

by 황인경

생명이라는 한계

속에 갇혀 있는 동안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알 수가 있을까

지구를 떠나서야 비로소

창백한 푸른 점,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는 일화처럼


한 쪽 날개가 부서진 나비

날아보려고 애를 쓰고 있다

사람들의 걸음이 아슬하게 스쳤고

결국 어떤 여자의 발이 너를 다른 차원으로 보냈다

이제 넌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알게 되겠지

물론 아닐 수도 있고


해가 강물에 가까워지는 동안

어딘가에선 혜성이 충돌하고

생명의 수프가 끓여지고

보도에 떨어진 송충이를 옮겨주며

작은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어제에 놓고 온 무언가를 가물거리며

지끈거리며 걷는다

오늘의 장례식에 가고 있구나

저무는 모든 것에 예를 표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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