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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장소를 착각한 사람처럼

by 황인경

하늘이 넓고

구김 없는 푸른 색채가

기쁘고 슬펐다

나에겐 이제 없는 것


걸으면 먼지가 나는

매일을 또 걸어서

오늘은 맑음을 보아서 좋구나 생각하고

약속 장소를 착각한 사람처럼

한켠에 앉은 건

달을 발견한 건 정오 가까운 시간


저렇게 동그란 구름은 없을 테니까

발견되거나

발견되지 않으려는 듯

테두리만 은근히 세우고 있다


나는 반갑거나 밉거나 그러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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